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촉발시킨 최유정(46ㆍ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거액을 받고 정 대표 등의 형사재판을 맡아 법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번 수사로 전관예우 관행이 낱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11일 정 대표와 송창수(40ㆍ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담당 재판부와의 교제ㆍ청탁 명목으로 총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최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9일 최 변호사와 함께 체포됐던 권모 사무장(증거인멸 혐의)은 최 변호사의 지시를 단순하게 수행한 것으로 확인돼 이날 석방 조치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올해 1월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의 항소심을 맡아 “보석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도록 해 주겠다”며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다. 그는 정 대표를 상대로 법원 내 인맥을 과시하면서 “보석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으나, 보석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징역 8월)이 유지되자 성공보수 명목의 30억원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혐의에 송 대표로부터 50억원대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도 포함시켰다. 송 대표는 지난해 8월 인베스트 투자 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 이후 최 변호사가 항소심 변론을 맡으면서 2심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줄어들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 측이 법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청탁을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숨투자자문의 1,300억원대 투자 사기로 다시 구속기소돼 지난달 4일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최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지난 3일부터 본격화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최근 정 대표를 접견하는 과정에서 20억원 반환 여부를 놓고 다툼을 벌인 뒤, “정 대표한테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그를 고소했다. 이로 인해 고액 수임료 논란이 불거졌고, 정 대표 측 브로커인 이모(56ㆍ수배 중)씨 등이 지난해 말부터 정 대표 재판과 관련, 부장판사 2명을 접촉한 사실도 잇따라 드러났다. 검찰은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그를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17기) 변호사의 탈세 정황도 포착, 이르면 다음주 중 그를 피의자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의뢰인으로부터 미리 받은 성공보수 4,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 서울변호사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강모씨는 “소송에서 패소했는데도 선납한 성공보수 4,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냈다. 서울변회는 이미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마쳤으며, 이르면 다음달쯤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청구할 예정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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