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음대 출신 작가(류보리)가 만든 드라마답게 클래식의 향연이다. 지난달 말 첫 방송된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얘기다.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진행되는데, 그 섬세함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면, 바로크부터 낭만주의 시대까지 다양한 명곡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박은빈)가 스타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을 처음 만난 무대. 단원들 가운데 성적이 꼴찌인 채송아는 무대 뒤편으로 물러나 박준영의 연주를 훔쳐보는 처지가 된다. "그가 쏟아내는 음악이 너무 뜨거워서, 내 안에 담긴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는 채송아의 독백이 아련하다.
그 때 연주되는 음악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청년' 라흐마니노프가 한창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만든 곡이다. 1897년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라흐마니노프는 몇년 간 아무 곡도 쓰지 못했다. 피아노협주곡 2번은 그 아픔을 딛고 1901년 겨우 만든 음악. '성장통'을 상징하는 셈인데, 그건 라흐마니노프 뿐 아니라 채송아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리라.
박준영이 짝사랑했던 이정경(박지현)을 위해 치곤 했던 피아노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이 곡은 피아노 소품집 '어린이 정경' 중 하나다. '정경'은 박준영의 마음이기도 하다. 트로이메라이는 독일어로 '꿈' 혹은 '환상'이란 뜻이다. 이정경은 친구의 연인이었기에, 이정경을 향한 마음은 환상처럼 속으로만 품고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드라마 제목부터 의미가 남다르다. 브람스는 친구 로베르트 슈만, 슈만의 연인 클라라와 묘한 삼각관계로도 유명하다. 드라마에서도 삼각관계가 등장한다. 박준영과 이정경, 그리고 한현호(김성철). 이 때 이정경의 심리는 라벨의 '치간느'가 드러낸다. 집시풍의 그윽한 선율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 바이올린 영재 고소현양이 깜짝 출연, 연주한 곡이다.
삼각관계에 있던 세 사람이 3중주로 호흡을 맞춘 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이다. 슈만이 "베토벤 이후 가장 뛰어난 피아노 3중주"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다. 삼각관계에 있던 이 셋은, 그토록 훌륭한 곡을 망쳐놓지만.
이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채송아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바이올린 실력도 화제다. 직접 연주하는 장면에서 의외의 비브라토와 활쓰기를 선보여서다. 음대생 연기를 위해 박은빈은 맹연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중 채송아가 연습할 때 들려주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바흐 파르티타 2번 샤콘느 등은 두말할 필요 없는 명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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