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승한, 복귀 발표 후 팬덤 반발에 탈퇴
일부 팬덤, SM 비판하며 승한 복귀 요구도
BTS 슈가 음주운전 땐 국내외 팬덤 반응 달라
뉴진스 팬덤은 소속사 상대 법적 대응 하기도
편집자주
‘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 얘기’의 줄임 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지난 15일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라이즈의 멤버였던 승한이 내년 하반기 솔로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승한이 라이즈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팬들의 반대로 팀 합류가 무산된 지 한 달 만이었다. SM 측은 “솔로 데뷔에 필요한 트레니잉과 프로듀싱, 매니지먼트 등 지원과 함께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솔로 가수로서 재능과 꿈을 펼쳐가고자 하니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승한은 지난해 9월 라이즈의 멤버로 데뷔했으나 연습생 시절 사적으로 찍었던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며 팬들 사이에 반발이 커지자 두 달 만에 그룹 활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후 라이즈가 승한을 제외한 6인조로 활동하는 사이 SM은 승한의 팀 복귀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팬들의 반응을 살피며 숙고를 이어갔다.
SM, 승한의 라이즈 복귀 발표에 반발 커지자 철회
SM 측은 당초 승한의 라이즈 합류를 결정하며 “승한이 자신의 과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멤버들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깊이 반성했다”고 했으나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팬들은 승한의 잘못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의 부정적 이미지가 그룹에 피해를 준다면서 ‘라이즈는 영원 6명’ ‘홍승한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SM 사옥 앞에 세웠고 시위 트럭까지 내보냈다. SM 측은 결국 “저희의 결정이 팬 여러분께 더 큰 혼란과 상처를 드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승한의 복귀 결정을 철회했고 승한도 팀 탈퇴 의사를 밝혔다.
승한의 라이즈 탈퇴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엔 승한을 지지하는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스스로 글로벌 팬덤이라고 밝힌 일부 팬들은 “SM이 사생활 침해 피해자인 승한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라이즈는 7명”이라고 주장하며 승한의 팀 복귀를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팬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채 SM이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면서 승한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유출된 사진의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팝 글로벌화에 팬덤의 목소리도 다양하고 복잡해져
K팝 산업이 커지고 팬덤의 규모도 확대되면서 기획사와 팬덤 간의 상호작용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때로 국내 팬덤보다 해외 팬덤이 더 커지기도 하고, 국가별 또는 계층별 팬덤의 목소리가 상반된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지자 팬덤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국내 팬들이 슈가가 방탄소년단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58개국 127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단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탈퇴를 강요할 권리가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냈다.
팬들의 단체 행동은 단순히 기획사에 항의성 화환이나 시위 트럭을 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법적 분쟁에 끼어들기도 한다. 하이브와 자회사이자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 간의 갈등이 장기화하자 뉴진스 팬들은 민 전 대표를 지지하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서에 어도어와 하이브 임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국내 K팝 팬덤을 보는 외신과 해외 팬덤의 시각은 다소 비판적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최근 라이즈 팬덤이 승한의 탈퇴를 이끈 것에 대해 “한국의 K팝 팬덤이 지속적인 지지와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스타들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완전한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도 아티스트들에게 지나치게 도덕적 완벽을 요구하는 한국 팬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K팝, 열성 팬덤에 대한 의존도 낮추고 팬덤 문화도 성숙해져야"
기획사들은 가장 중요한 고객인 팬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이 너무 포괄적인 데다 목소리가 서로 다르고 다수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요기획사 A사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획사들은 모두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 관련 조직이 있으며 특정 조직이 아니라도 사내 대부분의 팀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위버스 같은 팬덤 플랫폼, 소셜 미디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특정 커뮤니티 같은 경우 이슈가 커지면 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집중해서 본다”고 설명했다. SM의 ‘광야119’처럼 기획사 자체적으로 팬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도 있다.
논쟁적인 이슈에서 팬들의 목소리는 기획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이 관계자는 “회사마다 경험과 나름의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에 때로 팬들의 목소리와 다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면서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팬들의 반응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어서 일반화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획사들이 어려워하는 점 중 하나는 팬과 안티가 뒤섞여 팬덤 내부의 다수 의견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다. 가요기획사 B사 관계자는 “팬덤이 점점 조직화하면서 일부 아티스트의 팬덤이 다른 아티스트의 팬인 것처럼 위장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목소리를 키우기도 하고, 팬덤이 커지다 보면 그룹의 팬덤과 개인 멤버의 팬덤 간의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슈가의 음주운전 때도 팬덤 내부에선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이들 중 일부가 방탄소년단의 팬이 아닌 안티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팬덤 내부의 이견에 대해 이 관계자는 “최근엔 해외 팬덤의 규모가 더 큰 아티스트들도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국내 팬덤의 의견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사에 대한 팬덤의 요구는 점점 세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가요기획사 C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이슈가 아니더라도 멤버들의 활동은 물론 외모 하나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요구 사항을 주장하는 팬들도 있다”면서 “팬데믹을 거치며 팬미팅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호 소통이 많아지면서 고관여 팬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팝 산업이 성장하면서 팬덤 문화가 한층 성숙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사 관계자는 “K팝이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아직도 기획사나 아티스트가 열성적인 팬덤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크지만 K팝 산업이 성장하고 라이트 팬덤이 확대되면 팬덤 문화도 더욱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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