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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마지막 결단만 남았다

입력
2024.10.17 18:00
수정
2024.10.18 13:44
26면
0 0
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만신창이 권위로 어떻게 국가경영을
4년 중임 개헌에 임기단축도 염두에
특검 수용으로 사법정의 균형 맞춰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관련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관련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차기 유력주자가 대통령에 맞서고 금명(今明)권력이 대립한다. 권부의 내밀한 사정이 노출되고 공직사회는 복지(伏地)모드에 들어간다, 정권 말기증상이다. 보통 집권 4년 차부터인데 2년도 안 된 올 초부터 시작됐다. 급기야 일개 브로커가 “건드리면 하야·탄핵”으로 대통령과 사법당국을 겁박하고, 대통령 내외의 기이한 관계와 충격적인 비선거래를 연일 까발리는가 하면, 현 정권의 거물들을 대놓고 조리돌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전전긍긍이다. 이쯤이면 말기도 넘긴 정권종말 현상이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운 시점에.

힘의 이동에 약빠른 정치꾼들의 처신이 그 현상이나, 기저는 전통보수까지 등 돌린 민심이다. 영남, 중노년층의 평가도 부정으로 뒤집혔다. 태극기성향 지지자들만 남았으나 이들 태반도 이재명의 대척자로서 윤석열을 지키자는 것이지 그가 잘해서는 아닐 것이다. “총선서 지면 식물정권이 된다” 했던 게 윤 대통령 자신이다. 제 말 잊고 딴청 계속하다 예까지 왔다.

이 상태로는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낮은 지지율만 문제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이토록 인격모독을 당하고 무슨 권위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예전 ’서울의소리‘ 녹취에서도 부인이 비슷한 모독 표현을 쓴 바 있으니 이번 “오빠”는 확인사살 수준이다. 정책적 무능이 원천적 자질부족 때문임을 부인이 나서 입증한 꼴이 됐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다 희화화할 것이다. ’격노‘까지 포함해.

윤 대통령에게 더는 고언도 부질없지만 그래도 하나는 남았다. 지난봄에도 썼던 4년 중임제 개헌이다. 그때 논지는 87년 체제의 핵심인 5년 단임제가 시효 만료됐다는 거였다. 매 정권 거듭되는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 제왕적 처신을 끊어내려면 국민의 직접평가 기회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는 같은 충고에 전제를 붙인다. 4년 중임제 개헌에 본인 임기도 그에 맞춰 줄이자는 것이다. 명분도 있다. 윤 대통령이 마지막 1년을 포기하면 2026년 봄에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같이 치르게 된다. 이러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각기 치르는 데 따른 상시 정치적 대치상태와 엄청난 국가적 비용·에너지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짐작하겠지만 방점은 임기단축에 있다.

어차피 집권 초부터 L자로 꺾여 내내 그 추세인 국정지지율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 광우병사태로 바닥을 쳤던 MB가 50% 수준까지 지지율을 회복한 전례가 있으나 그땐 금융위기 조기극복이 있었다. 그 같은 정책적 유능함은 윤 대통령에겐 기대난망이다. 더 중한 이유는 우리 헌정사에 탄핵이란 비정상적 헌정중단이 또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탄핵을 자칫 일상적인 정치적 반대수단 정도로 여기게끔 해서 앞으로 어느 정권도 온전히 갈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이미 탄핵 주장이 비등하고 있는 만큼 도리어 선제적으로 임기축소와 개헌을 선언하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쥐는 효과도 있다. 실리는 수세일변도 정국의 대반전을 이루는 것이고, 명분은 ’제7공화국‘을 띄움으로써 헌정사의 새 시대를 연 역사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게 아니면 뻔한 지리멸렬 상황을 1년 더 이어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물론 앞서 하나가 더 있긴 하다. ’김건희(여사)특검‘을 이제라도 받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 이제 화농의 근원을 짜내지 않고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 굳이 구차하게 덧붙이자면 숙적 이재명 대표 측 입장에서도 가장 두려운 게 사법정의의 균형일 것이다. 더 첨언할 것도 없다. 이 정권의 모든 사달은 다 부인 문제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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