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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흑자·적자 논쟁

입력
2024.11.23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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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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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KIA의 경기를 앞두고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다. 광주=뉴스1

지난 10월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KIA의 경기를 앞두고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다. 광주=뉴스1

한양 도성은 전형적인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이다. 동쪽이 낮고 평탄해서 도성 내 물은 동쪽으로 흘렀고, 동쪽 터는 상대적으로 지반이 약했다. 군사적으로도 취약했다. 그래서 흥인지문과 광희문 주변에 어영청, 훈련원, 하도감 등 군사시설을 집중 배치했다. 인근의 이현(梨峴·배고개→배오개)은 군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됐다. 당시 군인 월급은 쌀 6~12말이었다. 또 1년에 면포(綿布) 9필을 피복비로 받았다. 군인들이 남는 면포를 거래하면서 이 일대에는 포목상이 자리했다. 그 포목상들이 동대문 의류 시장의 출발점이다.

보부상이었던 박승직은 1886년 배오개 시장에 ‘박승직 상점’이라는 면포전을 열었다. 1905년 배오개 시장 상인들은 박승직을 중심으로 광장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동대문시장을 개설했다. 그는 1920년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인 ‘박가분’을 판매하기도 했다. 박승직 상점은 해방 이후 ‘두산 상회’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두산그룹의 모태가 박승직 상점이었다. 두산그룹의 본사가 동대문에 있는 것은 박승직이 최초로 사업적 토대를 구축한 곳이 동대문시장이기 때문이다.

2020년 두산그룹은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았다. 두산은 채권단에서 총 3조6,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으로 3조 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야구단 매각을 제안했지만 두산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오히려 그룹의 뿌리가 스며있는 동대문 두산타워를 8,000억 원에 매각했다.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도 야구단만큼은 꼭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면의 뜻은 모르겠으나, 이는 비즈니스 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다.

2023년 키움 히어로즈의 성적은 10위였고 관중 수는 8위(58만3,629명)에 그쳤다. ‘인기 구단’은 아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이익은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239억 원)였다.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으므로 지원금이 없다. 지원금도 인기도 없는 구단의 재무제표는 프로야구단의 흑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기 구단들이 돈을 안 버는 것인지 못 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단 운영의 목표가 이윤 창출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프로야구 관객은 1,088만 명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의 흑자 규모를 논한다. 하지만 흑자 경영의 의지를 알 수 없는 프로야구에서 이런 논의는 소모적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

휴미락 조용준

휴미락 조용준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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