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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커피' 보도는 애초에 없었다

입력
2024.11.27 04: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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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을 사흘 앞둔 2022년 3월 6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유달리 많이 받았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뉴스타파는 그날 밤 정치권과 언론에 충격파를 던진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는 제목으로 오후 9시 22분쯤 12분 분량의 기사가 나왔다. 언론사 사회부장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인 데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밤늦게까지 꼼꼼히 기사를 체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뉴스타파 보도를 봤다면 알겠지만, 거기에는 2011년 대검 중수부 소속이던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이 없다. 윤석열 수사팀이 박영수의 부탁을 받고 조우형을 봐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을 뿐, 이른바 ‘윤석열 커피’ 얘기는 애초에 없었다. 발췌 편집 논란이 일자, 뉴스타파는 편집되지 않은 72분짜리 김만배-신학림 원본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원본에도 검사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렇게 해석될 여지도 없었다. 박OO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이 타줬다는 김만배의 음성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사 윤석열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준 적이 없다. 김만배도 신학림에게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 타줬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을 그대로 옮긴 뉴스타파 역시 윤석열이 커피 타줬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날 이후 여권 인사들과 대부분의 매체에선 “뉴스타파가 2022년 3월 6일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판을 깔아주자 '윤석열 커피'는 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윤석열 커피'는 사실이 아니어도 사실이어야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언론은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허위사실을 앵무새처럼 읊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3년 9월 8일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거기 보면 분명히 윤석열 후보가 커피 타줬다는 말이 돼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2024년 7월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기자 출신의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뉴스타파가 2022년 3월 6일 윤석열 당시 검사가 커피 타줬다는 허위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커피'와 관련해선,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열리고 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김만배-신학림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정에선 기세등등했던 검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재판부는 검찰이 뉴스타파 보도 가운데 어떤 부분이 허위사실인지 공소장에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시정할 것을 요청했다. 11월 19일 6차 공판에선 검찰을 나무라며 공소기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여론 조작' 운운하며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한 사건이 1심 판결도 나오기 전에 ‘얘기가 안 된다'고 결론 날 수도 있게 됐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을 문제 삼아 '기자 무례' 운운했다가 사과했다. 검찰이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대통령을 비판한 '무례한 기자들'을 수사한 것이라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책임질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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