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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으로 간 '디지털 교육 해외 연수', 알고 보니 종이책으로 돌아간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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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랏돈으로 간 '디지털 교육 해외 연수', 알고 보니 종이책으로 돌아간 국가들

입력
2025.01.1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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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억여 원 들여 교원 39명 해외 연수
핀란드·스웨덴, 디지털 기기 도입 폐지 기조
연수 질의서 AI 교과서 정책에 대한 우려도
"디지털 교육 선례 참고 필요" vs "예산 낭비"

지난달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년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초등학생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쓰며 수업에 임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지난달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년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초등학생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쓰며 수업에 임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사들에게 '교실에서 활용할 디지털 교육법을 배워 오라'며 교육부가 보내준 해외 연수가 억대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수 국가들은 오히려 아이들의 주의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교내 디지털 기기 도입을 철회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을 밀어붙여온 교육부가 연수마저 졸속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디지털 기기 폐지 국가 연수에 2억여 원 투입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7일 열리는 'AI 교과서 검증 청문회'를 앞두고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디지털 교육혁신 특별교부금으로 '글로벌 연수 5종'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 관련 대회 등에서 입상한 교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중 교육부는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5박 8일 일정으로 디지털 교육 연구대회 입상자 39명과 함께 스웨덴·핀란드를 방문했다. "디지털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총 2억3,800만 원의 연수 비용을 썼다.

문제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교육 현장이 오히려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2010년대에 학교 수업에 디지털 기기를 도입했다가 최근 폐지나 축소로 방향을 전환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의·집중, 읽기, 쓰기, 산수 같은 기본 학습 능력은 아날로그 활동을 통해 가장 잘 습득된다"며 디지털화 전략 중단을 선언했다. 같은 해 6월엔 유치원의 디지털 기기 사용 의무화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핀란드 정부 역시 지난달 30일 수업 중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학교 기본 교육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핀란드 남부 도시인 리히매키에선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중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종이책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연수 질의응답에서 디지털 교육 부작용 언급도

지난달 1~8일간 진행된 디지털교육연구대회 우수입상자 글로벌 역량 강화 연수에서 참여자들이 핀란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현장 강연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지난달 1~8일간 진행된 디지털교육연구대회 우수입상자 글로벌 역량 강화 연수에서 참여자들이 핀란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현장 강연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연수 현장에선 국내 AI 교과서 도입을 우려하는 견해도 나왔다. 핀란드 에스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한국의 디지털 교육 강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디지털 교육 강화로 인터넷 속도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결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웨덴의 한 독립학교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책 읽기와 글쓰기가 소홀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고도 설명했다.

국가 차원에서 AI 교과서를 적극 도입하려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스웨덴과 상반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스웨덴의 한 시립 초등학교 연수 중 "스웨덴의 디지털 기기 사용 축소 움직임은 정부 지침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학교 측은 "스웨덴은 학교장 및 교사 재량권이 높아 디지털 도구 사용 여부는 학교별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교육부 "디지털 교육 선례 참고"… "예산 낭비" 지적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AI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 실시계획서에 글씨를 적고 있다. 뉴시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이 AI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 실시계획서에 글씨를 적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는 "방문국들은 여전히 디지털 기반 교육을 진행 중이고, 종이책과 디지털 기기 간 균형을 모색하고 있어 우리 정책 방향과 큰 차이가 없다"며 "선제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도입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기 도입을 폐지·축소하는 국가를 연수 대상으로 선정한 점은 비판받고 있다. 강경숙 의원은 "교육부의 AI 교과서 졸속 추진으로 학교 현장에서 불필요한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막대한 예산까지 낭비되고 있다"며 "AI 교과서 청문회를 통해 예산 사용이 합리적이었는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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