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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선 약속도 헌신짝... 美 대기업들, 트럼프 취임식에 거액 '쾌척'

2024.12.26 17:00
다음 달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에 미 대기업들의 거액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꼽히는 '1·6 의사당 폭동 사태' 직후 정치적 기부 중단을 선언한 회사들이다. 권력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헌신짝 버리듯 약속을 뒤집으며 표변하고 있는 셈이다. 2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두 번째 취임식 모금액은 2017년 1월 집권 1기 시작 때의 1억700만 달러(약 1,566억 원)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의 '통 큰' 기부 덕이다. 100만 달러(약 14억6,400만 원) 이상 거금을 내기로 한 기업만 현재까지 13곳이다. 취임식까지 아직도 25일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총 18개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씩을 기부했던 1기 취임식을 능가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당선자 측 예상이다. WSJ는 액수에 관계없이 '취임식 기부금'을 낸 기업·단체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최소 11곳이 과거 정치 기부 중단을 선언한 곳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하자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이듬해 1월 6일 의회의 대선 결과 인준을 막기 위해 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일으켰는데, 그 여파로 정계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 상당수가 "정치 기부를 재검토하겠다"며 거리 두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이 달라졌다.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미국의약연구제조업협회(PhRMA),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 등은 이번 취임식을 앞두고 100만 달러씩을 쾌척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제너럴모터스, 통신사 AT&T, 공구 제조기업 스탠리 블랙 앤 데커 등도 거액을 기부했다. WSJ는 "골드만삭스와 도요타, 인튜이트, PhRMA는 적어도 지난 10년간 누구의 취임식에도 기금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첫 기부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자 측은 기업들의 쏟아지는 기부를 '일종의 사과'로 여기고 있다. 과거 그를 외면했던 기업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관계 개선 희망'의 표시로 돈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번 취임식을 지원하려는 열의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앞다퉈 방문하는 것도 기업들의 달라진 기류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회사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게 기업 전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은 "내년과 내후년에 많은 일이 추진될 것이며, 그 과정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나 규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부터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이다. 실제로 '취임식 기부'를 한 기업들 중 다수는 앞으로 시행될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속해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관세 상향'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표적이다. 빅테크들도 행정부의 반(反)독점 타깃이 될 땐 기업 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아왔다. 기소와 암살 위기를 넘기고 재기했다. 내년부터 4년간 집권 2기다. ‘미국이 돌아왔다’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4년 만에 퇴장하고 도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대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은 힘세고 이기적이다. 무역(관세)과 이민 장벽을 높이고 피아 없는 거래로 이익을 챙기려 한다. 미국 핵우산 아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도 영향권이다. 주한미군에 돈을 더 써야 할 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3년 가까이 멈추지 않고 있다. 교착 상태였던 전쟁은 8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과 서방의 무기 지원 확대,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 등이 더해지며 충돌이 가열됐다. 여기에 북한군 약 1만 명 러시아 파병이 '변수'로 등장하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조기 종전을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양측은 휴전 협상에 앞선 치열한 기싸움과 참호전 중이다. 이스라엘의 전방위 공세에 중동은 확전 위기를 몇 고비씩 넘겼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무장 정파 하마스·헤즈볼라 지도부를 연달아 암살했고, 18년 만에 레바논을 침공했다. 이란·이스라엘이 4월과 10월 상대 영토에 공습을 주고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가자지구 전쟁 휴전이 추진되고 있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12월 시리아 하페즈·바샤르 알아사드 세습 정권이 반군 공세로 53년 만에 붕괴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2024년은 세계 50개국 이상이 선거를 치르면서 '슈퍼 선거의 해'라 불렸다. 주요 선진국 집권당이 대부분 패배하면서 '정권 심판'이 이뤄졌다는 게 흐름이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정부 및 총리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연립정부가 무너졌고, 영국 보수당은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로 14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비자금 스캔들을 겪은 일본 자민당도 12년 만에 선거에서 참패하며 연립 여당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유럽에서는 극우 정치 세력 약진이 두드러졌다.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보수·극우로 분류되는 정치 그룹 ‘유럽 보수와 개혁’ ‘정체성과 민주주의’ 등이 일제히 의석을 불렸고, 9월 독일 지방선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1당에 올랐다.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 입지가 탄탄하다. 경기 침체, 난민에 대한 반감 등이 극우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8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였다. 이로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고물가·고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중동 산유국들도 일제히 금리를 낮췄고,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린 유럽연합(EU)·영국 등의 중앙은행 역시 추가 인하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2기 출범 후 닥칠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내년 금리 인하 속도는 더뎌질 전망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내수 회복 시도-실패'의 반복이었다. 지급준비율 인하와 각종 금리 조정, 대규모 국채 발행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경기 회복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는 "내년엔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2차 무역 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린 탓에, 1년 내내 휘청거린 중국 경제의 회복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인류는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1~11월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62도 높았다. ‘기후위기 마지노선’(1.5도) 역시 무너졌다. 이상기후로 스페인 브라질 케냐에서 대홍수, 미국 필리핀에선 대형 태풍이 각각 발생해 수백 명이 숨졌다. 2025년에도 기후 암흑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 트럼프는 취임 즉시 파리기후협약에서 재탈퇴한다고 예고했다. 일본이 또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해 주자, 일본 정부는 △전시시설 설치 △강제 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다. 그러나 7월 공개된 시설에선 ‘강제성’ 표현을 뺐고, 11월 추도식은 ‘축하의 자리’로 만들었다. ‘네이버 내치기’도 시도했다.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대주주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는데, 외국 기업 경영권에 개입하는 이례적 조치였다. 올해 세계는 10년 전 영화 '그녀'의 현실화를 목도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필두로 거의 지연 없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어조로, 감정마저 표현하는 인공지능(AI)이 잇따라 공개된 것이다. 검색 서비스에 AI가 들어오며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AI 검색' 시대도 개막했다.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창사 30년 만에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다만 AI 버블 붕괴 우려도 커졌다. 내년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파원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