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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굶주린 퇴역마, 실험동물… 시민이 뽑은 2024 동물뉴스

올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퇴역경주마, 연간 450만 마리가 동원되는 동물실험, 죽어간 수족관 돌고래 등 이전부터 문제 제기돼 왔지만 해결되지 않은 뉴스들이 재부각됐다. 떼죽음당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물건처럼 팔려가는 동물원 동물들 등 야생동물, 전시동물로 분야가 다양해진 점도 주목됐다. 한국일보 애니로그는 2024년 동물 뉴스를 정리하고 내년에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민들과 올해의 동물뉴스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사전에 뽑은 7개 뉴스 가운데 누리꾼을 대상으로 '올해의 동물뉴스'를 선정하도록 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이달 16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일보 홈페이지와 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된 설문에는 총 423명이 참여했다. 1위, 굶주린 채 죽고 방치되는 퇴역 경주마 올해 동물 뉴스 1위는 '굶주린 채 죽고 방치되는 퇴역 경주마'(22.9%)가 선정됐다. 11월 7일은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예명 까미)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도중 숨진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과 말 이력제를 약속했지만 지금도 둘 다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올해 10월에는 충남 공주시 불법 축사에서 퇴역 경주마들이 사체로 발견되거나 뼈만 앙상한 채 방치돼 있는 현장이 목격돼 공분을 샀다. 한 응답자는 선정 이유로 "까미 사건 이후로도 아무런 보호대책이 없는 현실이 답답하고 안쓰러워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에 꼽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까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경주마와 퇴역마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되새기고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위,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은 한 해 450만 마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은 458만여 마리(응답자 1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원숭이류와 파충류, 어류에 대한 실험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국내에서 어류와 파충류가 포유류의 대체 시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더 이상 동물실험이 필요 없을 만큼 과학적 데이터가 존재하니 동물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실험대상 동물들이 해방되길 바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3위, 폭설과 울타리에 막혀 떼죽음당한 산양 3위는 응답자 16.3%가 선택한 '폭설과 울타리에 막혀 떼죽음당한 산양'이었다. 지난겨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폭설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로 인해 고립되면서, 발견된 사체 수만 1,042마리(본보 6월 14일 보도)를 넘어섰다. 이에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이 산양 보호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합동대책까지 내놓기도 했다. 산양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울타리 철거뿐 아니라 부처 간 협업, 먹이주기 연구 등을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다. 한 응답자는 "천연기념물만은 보호받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보호해야 할 부처의 안일함과 의식에 놀랐다"며 "사람 편의를 위해 죽어가고 있는 산양의 실태를 보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환경과 인간 활동이 야생동물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사회가 야생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이슈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4위, 거제씨월드에서 계속되는 돌고래 출산과 죽음 '거제씨월드에서 계속되는 돌고래 출산과 죽음'을 꼽은 비율은 15.8%였다. 올해에만 이곳에서 죽은 돌고래는 3마리며,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죽어나간 돌고래는 15마리에 달한다.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쇼에 동원됐다. 또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으로부터 무단 인수한 서울대공원 출신 큰돌고래 '태지'도 쇼에 동원(본보 4월 18일 보도)하고 있었다. 한 응답자는 "돌고래 이외에 수족관에 있는 동물학대도 더욱 주목받아 그 수가 줄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응답 가운데는 "거제씨월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잇따른 돌고래 폐사와 시민들의 항의에도 변함없는 거제씨월드의 태도를 알려야 한다" 등도 있었다. 5위, 물건처럼 팔려 가는 동물원 동물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갈비뼈 사자라고 불린 '바람이'가 살았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과 대구 아이니테마파크의 동물 200여 마리가 민간 동물원으로 이송(응답자 14.7%)됐다. 워낙 열악한 환경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동물들이 경매에까지 오르면서 물건 취급을 받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비한 법 때문에 생명이 물건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고 팔려 가는 현실에 한숨과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동물원에 잘 가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에서 동물을 접하기 어렵다 보니 많은 부모들이 죄의식 없이 동물을 '소비'하고 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6위, 영문도 모른 채 학대당한 건국대 거위 '건구스' 응답자 7.6%는 '영문도 모른 채 학대당한 건국대 거위 '건구스''를 선정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4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 내 호수인 일감호에 사는 거위 건구스를 수차례 폭행해 상해를 입힌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이 남성이 재판에 불출석하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응답자는 "동물에 대한 직접적 가해를 하는 사람은 사람에게도 가해를 할 수 있다"며 "건구스뿐만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길고양이, 조류 등의 생명에게 위협을 가하는 자들에 대한 처벌을 가장 먼저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외에 "공공장소에 사는 동물 보호 필요성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만든 사건이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7위, 사육 규제 완화에 멀어진 산란계 복지 마지막 뉴스는 '사육 규제 완화에 멀어진 산란계 복지'(응답자 5.7%)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달걀 공급 안정을 이유로 산란계의 사육면적 확대를 유예하고, 시설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동물단체들은 산란계의 복지를 높이고, 질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했던 당초 취지에 역행한다고 맞섰다. 한 응답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았으면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하는 주제인데, 산란계의 복지가 더 멀어졌다는 생각을 하니 슬프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산란계의 생활 환경 개선은 동물 권리뿐 아니라 윤리적인 사육 조건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7개 뉴스 이외에 시민들은 △학대에 노출된 동네 고양이 △신종펫숍 등 무분별한 반려동물 산업 △미흡한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푸바오’와 동물외교 △서울대공원 호랑이의 연이은 사망 등을 주요 뉴스로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성숙해지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방법까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동물의 안타까운 처지에 공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법적지위 등 근본적,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시민들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저변에 있는, 심도 있는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며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이어 "동물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이 성숙해진 만큼 반려동물 위주로 돼 있는 정책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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