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
"10년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 결실 우리는 발전해왔고 믿음이 있었다"
요아힘 뢰브(54) 독일 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평범한 공격수였다. 한 번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1981년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차범근(61) SBS 해설 위원의 백업 요원이었다. 주로 분데스리가 하위 팀에서 뛴 그는 82년 차범근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 뢰브는 선수 시절과 180도 다른 인생을 살았다. 그는 94년 스위스 빈터투르에서 유소년팀을 맡아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해 이듬해부터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1년 뒤엔 슈투트가르트 지휘봉을 잡았으며, 터키와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경력을 쌓았다.
첫 우승 경험은 1996~97시즌 슈투트가르트에서다.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2001~02시즌 티롤 인스부르크를 오스트리아 최고의 팀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지도력을 눈여겨 본 전차군단은 2004년 위르겐 클린스만(현 미국 감독) 감독 체제의 코치로 뢰브를 불러들였다.
브라질 월드컵은 그에게 ‘명장’ 타이틀을 붙여준 메이저 대회다. 뢰브 감독은 10년간 독일 대표팀을 지켜오면서 독일 축구를 한 차원 높이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속에 통산 4번째 월드컵 우승까지 지휘했다. 한동안 ‘녹슨 전차’라는 오명을 썼던 독일 대표팀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뢰브 감독은 클리스만 감독과 함께 뿌리가 튼튼한 독일 분데스리가와 산하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경기 스타일도 신체 조건을 앞세운 기존의 선 굵은 축구에다 스페인 스타일로 통하는 ‘티키타카’를 접목해 새로운 공격 축구로 가꿔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사퇴하자 지휘봉을 물려 받은 그는 유로 2008에서 독일을 준우승으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뢰브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도 팀이 4강에 진출하면서 성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명장’으로는 불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고지에 오르며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뢰브 감독은 우승 뒤 “우리 선수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팀 정신을 발휘했다. 환상적인 기량을 가졌을 뿐 아니라 원하는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의지도 갖추고 있었다”면서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어 “오늘의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시작해 수년간 이어온 작업의 결과다. 이 프로젝트는 10년 전에 시작됐다”며 “우리는 꾸준히 발전해왔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항상 좋은 축구를 해왔고, 이번 대회 7경기를 거치면서 가장 나은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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