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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펫숍에서 버린 '브루셀라' 감염 의심 유기견, 아직 수원 광교산에 있다"

 지난달 수도권 소재 산에 유기된 개들 중 인수공통질병 ‘브루셀라’에 감염된 개체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부 구조된 개들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입소했다가 살처분 명령이 내려져 목숨을 잃어야 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이 산을 떠돌고 있는 가운데, 개를 버린 사람은 펫숍 영업자의 ‘버려달라’는 요구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와 동물보호단체 ‘어독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초, 수원 광교산 입구에서 개 10마리가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개들이 유기되는 모습을 목격한 등산객의 신고로 유기범 A씨가 특정됐다. 버려진 개들 중 6마리는 수원시 동물보호소에서 구조했다. 다른 한 마리는 지역 시민이 구조해 보호 중이다. 문제는 이 개들 중 일부가 인수공통질병인 ‘브루셀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이다. 브루셀라는 법정 2종 가축전염병이자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3종 법정감염병으로 동물 간 성적 접촉이나 상처, 분비물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개가 브루셀라에 감염될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지만, 불임·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감염되면 발열, 오한, 식욕부진, 두통,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버려진 개들이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은 유기범 A씨가 어독스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그는 “수원 시내에서 펫숍을 운영하는 B씨의 부탁으로 개들을 버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B씨의 펫숍에서 개 한 마리를 분양받았던 인연을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기 이후 B씨가 ‘개들을 더 받아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는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들이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실을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개를 추가로 넘겨받기로 약속했다. A씨의 제보를 받은 어독스는 수원시와 경찰에 요청해 현장을 급습했지만, B씨는 현장에서 도주했다. 이후 구조한 개들이 브루셀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인지한 수원시는 검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30일 검사 결과 구조된 6마리 중 4마리가 브루셀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이 개들에 대해서는 살처분 명령이 내려졌다. 브루셀라에 감염됐을지도 모를 개들이 더 남은 만큼,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버려진 10마리 중 3마리는 아직 광교산 일대를 떠돌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광교산을 두고 맞닿아 있는 용인시에 이를 알리고 유기견을 포획하면 보호소에 들이지 말고 검사부터 실시하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B씨는 수원의 펫숍 이외에도 경기 화성시에서 소규모 번식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B씨의 펫숍에서 번식장으로 이동한 자견 5마리를 대상으로 브루셀라 검사를 의뢰하고 검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기 혐의에 대해 “내 개라는 증거가 있느냐”며 A씨 주장과 반대되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해당 개들의 동물등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B씨는 거래 현장이 적발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3일 업장을 폐업했다. 다만, B씨에게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적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 개들이 브루셀라에 걸렸고, 알려지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질병관리청이 2022년 내놓은 ‘인수공통감염병 공동 역학조사 매뉴얼’에 따르면 브루셀라에 감염된 동물이나 감염됐다고 의심되는 동물을 발견하면 즉시 관할 지자체나 방역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 지침을 어긴 동물 소유주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만일 ‘유기를 사주했다’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B씨는 개들이 브루셀라에 감염됐다는 걸 알고도 유기를 시도했다는 뜻도 된다. 인수공통질병인 브루셀라가 개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월에는 서울 도봉구의 한 사설 보호소에서 개가 브루셀라에 감염된 적이 있다. 그만큼 동물 관련 영업자가 감염을 감추려 한 정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에서 활동하는 박주연 변호사(법무법인 방향)는 “방역 지침을 어긴 건 가축전염병 뿐 아니라 동물복지와 안전에도 소홀했다는 의미가 되므로 동물보호법상의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도 혐의자를 고발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니었느냐는 동물단체의 주장에 대해 “당시 동물단체가 의심 정황이 있는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유기 신고만 접수한 상황”이라며 “단순 주장만으로 방역 담당 부서까지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방역 담당자는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고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기획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