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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상원, 군인들에 여심위 위원 체포 지시하며 "여당 추천은 살살"

2025.02.16 16:20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3 불법계엄 선포 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위원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정보사 군인들에게 설명하면서 '여당(국민의힘) 추천 인원은 살살 다루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여심위원들을 위협하고 회유해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앞두고 부정선거론을 강변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심위 관계자들을 대거 체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정모 정보사 대령을 조사하면서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일, 2명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들은 협조적일 테니 살살 다루라'고 말해서 (체포 명단을 적은 메모지에) 동그라미 표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2월 1일은 노 전 사령관이 경기 안산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정 대령, 김모 정보사 대령을 만나 계엄 당일 세부 실행계획을 점검한 날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정 대령 등을 끌어들여 부정선거론을 입증한다며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전산실 직원 5명, 정보보호 관련 선관위 직원 2명, 여심위원과 여심위 직원 23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체포 명단이 정 대령에게 전달됐다. 정 대령은 앞선 회동에서 자신이 체포 명단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노 전 사령관 등에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어 명단을 적어갔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이 적어온 명단을 함께 검토하면서 그중 2명을 특정해 별도 지시를 한 셈이다. 정 대령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당시 한 명에 대해선 '여당 추천 인원이라 협조적일 것'이라고, 다른 한 명에 대해선 '정치색이 없는 공무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이 꼭 집은 두 사람은 선관위 소속 공무원인 여심위 상임위원과 여당 추천 여심위원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심위는 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선거 여론조사를 위한 휴대폰 가상번호 제공 업무 등을 맡는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실제 선거 결과뿐 아니라 여론조사들까지 조작됐다고 믿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살살 다루라' 지시에 비춰보면, 노 전 사령관은 협조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비협조하는 이들에 대해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이 정보사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맡겠다면서 '야구방망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거나 '체포 대상자들은 선거를 조작한 이들로, 체포 시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 물리적으로 포박해 감시하고 겁을 줘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체포 대상을 위협하려고 망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부정선거와 여론조작 음모론에 대한 노 전 사령관의 맹목적 믿음은 계엄 선포 전 그의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보사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무렵 정보사 군인들에게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이나 유튜브 방송을 요약해 보고하도록 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부하들에게 부정선거론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한 뒤 '객관성이 결여된 무리한 의혹'이라고 보고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 전 사령관이 적극적으로 부정선거론을 보고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게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부정선거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보여주진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보사 관계자들이 민간인 신분인 그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 '진급 욕심'이나 '인사 불이익 우려' 때문이다. 실제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사령관 유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방위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인사를 미끼로 충성심 있는 사람들을 모은 뒤, 이들에게 부정선거 관련 임무를 부여하면서 비선 역할을 키워갔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추가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수거(체포) 대상 주요 인사 500명, 북한 공격 유발 등의 내용이 적힌 그의 수첩은 작성 시점과 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개인적 구상인지, 윗선과 논의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이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수뇌부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의결하자 불법 계엄에 가담한 주요 피고인 측이 곧바로 자신들의 방어권 등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16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이달 10일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어 김 전 장관 측은 13일 여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서도 추가 제출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수사 기록 송부를 요구함으로써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여 사령관 등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앙지역군사법원을 상대로는 "일반인 접견과 서신 수발 금지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위법한 조치"라며 "차별에 대한 조사를 즉각 착수하고 수용자 인권 보호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했다. 이들의 긴급구제 신청 건은 인권위 내 소위원회인 침해구제1위원회와 군인권보호위원회에 맡겨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용원 상임위원이 두 곳의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은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발의와 의결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인권위는 구제신청에 대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긴급구제 신청 내용과 관련해 헌재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국군교도소 현장 방문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앞서 인권위는 이달 10일 전원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측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 표명의 건'이란 권고안에선 헌재에 형사소송에 준하는 수준의 엄격한 증거 조사 등 적법 절차 원칙을 준수하라거나,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야당 성향 위원들과 인권위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