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다 되도록 공석이었던 손해보험협회 회장 인선 작업이 29일 시작됐습니다.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차 회의를 열고 회장 자격요건으로 손보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손보협회장은 업계에서 회추위를 구성해 2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합니다. 회추위는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을 위원장으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롯데손보, 서울보증, 농협손보 등 6개사와 외부인사 2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관료 출신 인사들이 협회장을 맡아왔습니다. 문재우 전 회장이나 이상용 전 회장 등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의 관료였습니다. 보험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으레 오던 낙하산 인사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민간 출신을 뽑아도 좋다”는 신호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민간 출신 회장 탄생이 예고되면서 업계는 들썩이고 있습니다.
손보업계 전직 사장들은 일찌감치 치열한 눈치작전에 들어갔습니다. 한 보험사 전직 CEO는 최근 친분이 있는 보험사 사장에게 전화해 유력후보를 물으며 본인을 지지해줄 것을 넌지시 부탁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 보험사 사장도 대외활동을 넓히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화재 출신 인사가 될 것으로 보는 한편 1위를 견제하기 위한 2, 3위 출신 인사가 유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은 업계 사정을 잘 안다는 장점은 있지만 문제는 당국에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민간 출신이 낙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민간 출신 회장이 뽑히면 1974년 상근회장직 도입 이후 세 번째 입니다. 회추위는 두 명의 후보를 추려 다음달 18일 사원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주택금융공사(8월), SGI 서울보증(8월), 은행연합회장(11월), 생명보험협회장(12월) 등 향후 금융 공공기관 수장 자리도 민간 출신이 차지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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