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 작년 암살 1000건 보고서 내기도
자산 5억달러·가공할 군사력… 야포·장갑차 무장 전투원 1만여명
알 카에다도 두손 든 잔혹성… 수니파 칼리프 국가 부활 목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1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슬람 수니파 반군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해 “단순한 테러리스트 그 이상의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것 가운데 가장 큰 위협”이라며 “IS 세력 척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IS가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해 나가자 이를 궤멸시키기 위해 관계가 껄끄러운 시리아 공습 등의 다양한 군사작전 검토에 들어갔다. IS는 도대체 어떤 무장조직이길래 미국을 이토록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체계적 군사조직, 충분한 자금력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니파 칼리프 국가 부활을 목표로 하는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단체다. 조직 체계나 잔인성, 종교적 극단성에서 한때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타깃이던 알카에다 등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오지의 훈련캠프나 동굴 외에 별도의 영토를 보유하지 않았던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과 시리아 라카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유전, 주요 도로, 국경지역까지 장악했고 행정체계까지 갖췄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IS가 중동과 시리아 일부를 장악한 상태에서 기존 관료 구조를 활용해 행정 체제를 유지하고 하나의 국가 체계를 갖춰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S의 행정체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그들이 내고 있는 연례보고서다. IS는 지난 3월 내놓은 2013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에서 1,000건의 암살, 4,000건의 폭발물 설치 등 총 1만건의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기업도 아니고 주식을 발행하는 것도 아니지만 IS의 조직 관리가 기업 회계 수준에 못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IS는 이 보고서로 자신들의 활약상을 공개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외신들은 IS의 이런 행태를 “테러를 판매한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이들에 일부 동조하는 이슬람 국가도 있다. 누리 알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향해 공개적으로 IS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IS가 쿠웨이트 등 수니파 지역 거부들의 기부금이나 점령지역에서 조세 징수, 무기밀래, 은행털기, 강도, 인질 몸값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축적한 자산 규모는 최대 5억달러(5,000억원)로 추정된다. 이라크 모술을 장악한 후 획득한 현금과 무기를 합칠 경우 최대 15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측하는 매체도 있다.
유럽 등 각국에서 지원자 몰려
게다가 IS는 이라크 주요 유전 지대를 차지해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고 있다. 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의 최대 원유 정제시설에서는 하루 200만달러(20억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서 확보한 유전만 5개이고 여기서 200만배럴의 원유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7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만일 시아파가 쥐고 있는 남부 유전지대까지 장악한다면 이라크의 경제력이 사실상 IS로 넘어가는 상황이 돼버린다.
군사력도 웬만한 국가 못지 않다.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 전투원이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S는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의 군사기지를 손에 넣으면서 정부군 못지 않은 중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주요 무기는 소총과 기관총, 야포와 장갑차 등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전(聖戰)’을 촉구하는 전략도 먹혀 들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지원자들도 IS의 군사력을 뒷받침해준다. 시리아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IS는 지난달에만 6,300명의 신입대원을 받았다. 유럽에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2,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해당 국가의 국적을 보유한 유럽 이슬람교도(전체 약 1,400만)다. 가장 많은 프랑스의 경우 약 900명, 이어 영국 500명, 독일 400명 등이다. 최근 공개된 제임스 폴리 참수 동영상에서 그를 살해한 IS 조직원이 영국인이라는 점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CNN은 “IS가 다른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와 달리 중요한 무기와 노련한 대원,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카에다도 혀 내두를 정도로 잔혹
이들의 잔인성은 개종을 거부해 최근 수백 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 북부 야지디족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IS는 “한 명이라도 개종하지 않으면 몰살”이라는 원칙에 따라 사람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장과 행동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알카에다도 애초 IS를 지지했지만 거리를 두게 됐을 정도다.
이들의 잔인함은 종교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력으로 장악한 지역을 통치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자신들에 복종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된다는 ‘공포 통치’ 수법이다. 이라크 점령 초기 충성심이 약했던 이라크 정부군들이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가기 바빴던 것도 IS의 수법이 먹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행태를 감안할 때 IS는 미국인 추가 참수 협박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알카에다의 9ㆍ11처럼 미국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1일 “IS가 미국 본토에 가하는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IS 군인들 일부가 불안정한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잠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페리 주지사의 발언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미국인들이 얼마나 9ㆍ11 재발의 공포에 휩싸여가고 있는지 증명한 셈이 됐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