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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일할 맛 나는 회사

입력
2014.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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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는 절망이 희망의 출발점

고용불치병 해소에서 시작해야

화해ㆍ상생의 기업문화 기대

한 해가 마무리된다. 다시없을 2014년을 떠나 보낼 때다. 이 즈음에선 상투적이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특히 그렇다. 아쉽게도 이토록 눈물과 한숨을 강요한 해도 없다. 참 많이들 아파하며 힘들게 버텼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슬퍼하며 잠들고 먹먹하게 깨어났다. 잠깐 잠깐 웃을지언정 삶은 아등바등 잿빛으로 채색됐다. 출구는 닫혔고, 퇴로는 없었다. ‘혹시’를 기대했던 정치는 ‘역시’로 끝나버렸다. 실종된 상식과 망각된 염치뿐이었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니 무릎을 칠 노릇이다. 너무 정확해 해설조차 불필요하다.

그래도 새해다. 다시 희망을 논할 때다. 반추와 결심이 어울리는 새해만의 힘이다. 냉혹한 현실을 보건대 한가한 말일지언정 지금이기에 어울리는 화두다. 절망은 마침표로 묶어버리고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을 때다. 상황이 어떻든 5,000만은 2015년을 살아내야 할 숙명을 어깨 가득 짊어졌지 않은가. 고무적이라면 더 실망할 것조차 없는 바닥민심이다. 낙담할 게재조차 없으니 허탈하되 다행스럽다. 넓게 봐 ‘절망→희망’의 치환방법은 간단하다. 삶은 밥이요, 생존은 소득이다. 밥을 위한 소득이 최선책이다. 밥벌이의 확보다. 깨어나 출근하는 일자리야말로 미래희망의 요체다.

5,000만 발등 중 멀쩡한 건 별로 없다. 온통 짓물러진지 오래다. 이로써 갇히고 막혀버린 일자리는 대한민국의 만성질환이 됐다. ‘정규직→비정규직’의 하향평준화로 연결될 불안 증진책마저 예고됐으니 통증은 더 깊어질 기세다. ‘실업불안증→고용불치병’의 우려다. 서둘러 치료하고 예방할 때다. 권리만 알고 의무는 잊은 정치에 기대봐야 별무 효과다. 학습효과를 잊어선 곤란하다. 과연 대안은 없는가. 새해니 한번쯤 사고 틀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가령 고용열쇠를 쥔 기업과 대놓고 대면해보는 게 그렇다. 고만고만할지 몰라도 적어도 정치보다 기업이 더 나을 수는 있어서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럴까 싶지만 설명력이 영 없진 않다. 기업이야말로 고용불안을 풀 유력주체이고 또 그럴만한 능력도 충분하다. 기업논리는 확실하다. 더 벌면 움직인다. 지고지순한 대의명분도 수익창출보다 후순위다. 고용안정과 수익확보의 정합적인 연결고리만 있으면 기업은 말려도 한다. 고용안정의 성과효율성과 경영합리성의 마련이 필요하다. 검증받은 선행사례는 많다. 노사상생의 해법을 기치로 지속가능의 성장곡선에 안착한 경우다. 고객만족보다 나은 직원만족의 힘이다. 코웃음치는 주주우선주의가 방관할 때 고집스런 직원우선주의가 만들어낸 ‘1+1=3’의 공존등식이다.

한마디로 ‘직원존중의 경제학’이다. 금융위기 이후 성과주의 미국에서조차 이들 고용천국 사례는 화제다. 직원존중 후 실적ㆍ평판이 개선됐다는 증언이 늘어난 덕분이다. 학계 지적도 잇따른다. 비용부담에 함몰돼 고용불안을 심화시켜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연구결과다. 직원을 비용적인 소모품이 아니라 자발적인 인간성으로 대접하자는 메시지다. 내부적 관심ㆍ동기가 외부적 보상ㆍ처벌보다 더 결정적이라는 논문도 있다. 채찍보다 중요한 게 당근이란 뜻이다. 단기성과ㆍ고용파괴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경고 신호다. 고용불안이 한계치에 다다른 한국에서도 새겨들음직한 새로운 제안이다.

쉽진 않다. 아무리 떠들어도 결정권을 쥔 경영진이 회피ㆍ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결국 직원만족의 매력을 믿고 밀어붙이는 확고한 경영의지가 최대변수다. 반복해 대화하되 탄탄한 설득은 필수다. 기업의 저항논리인 비용부담은 탁월한 성과효과로 갈음해 ‘고용안정→실적증대’의 확신적인 선순환모델을 확대ㆍ보급하는 게 좋다. 녹록찮은 숙제지만 못할 건 없다. 시대난제의 촉을 읽고 지속가능의 결에 서려는 경영환경이 출발점이다. 더불어 사는 화해ㆍ상생적인 기업문화가 존경받고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웃으며 일하는데 돈까지 번다면 안 할 기업은 없다. 일석이조를 보여주면 된다. 2014년이 마무리될 찰나다. 노사를 포함한 빈부ㆍ남녀ㆍ노소ㆍ도농의 평행적 대결궤도는 묵은해로 떠나 보내고, 새해는 함께 사는 조화적 순환성장을 기대한다. ‘일할 맛 나는 회사’가 확산되는 원년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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