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을 주도해야 산다
좌뇌 중심의 패러다임 소멸
창조적 우뇌 패러다임 시대로
모르는 사람의 주먹이 코앞으로 날라오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주먹을 얼굴에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주먹을 코 앞에 대는 경우에는 별로 피할 필요가 없다. 그가 나를 아프게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과 논리를 이용해 미래, 즉 앞으로 나타날 상황을 예측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사고의 틀, 전문적인 용어로는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 패러다임도 변한다.
경영자는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즐기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주위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이면에는 그 직원이 보너스를 받은 다음 날에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예측, 패러다임이 있다.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남미를 비롯한 열대지방으로 공장을 옮기는 순간 보너스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준 다음날 직원은 결근을 한다. 집을 찾아가 보면 전날 받은 보너스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하면서 삶을 즐기는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돈에 대한 패러다임이 다른 나라에서는 보너스가 내는 효과 역시 크게 다르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영 패러다임은 장소 뿐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1930년대 확립된 제1기 경영 패러다임은 1973년에 와서 제2기 패러다임으로 바뀌었고, 1990년대에 제3기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 21세기에 일어난 변화는 우리를 제4기 경영패러다임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대략 20만 전 나타난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만큼 물자를 생산하지 못했다. 부족한 생산량을 전쟁을 통해 채우려고 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전쟁이란 비극을 처음으로 깬 사람이 포드 자동차 창업자인 헨리 포드이다. 포드는 조립생산체제를 도입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그 결과 미국을 시발점으로 해서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풍요로운 세상, 물질 면에서의 천국을 만들어냈다. 경영은 우리 인류에게 평화라는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 준 학문이었다.
1973년에 발생한 오일쇼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갔다.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난을 피하고 사업기회가 풍부한 방향을 찾아내는 전략경영이 제2기 경영 패러다임의 핵심내용이 됐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포터가 알려준 경쟁전략은 모든 경영자를 전략경영 전문가로 만들어 줬다.
전략경영이 보편화 되고 진부해진 1990년대, 기업은 전략경영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됐다. GE 회장직을 역임한 잭 웰치가 ‘전략을 뒤집어라’는 발상전환을 제시했고, 이는 제3기 경영 패러다임으로 이어졌다. 전략의 시대가 가고 혁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혁신 경영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애플이란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기존의 틀을 뒤집는 혁신만 가지고는 더 넓은 세상, 새로운 고객을 연이어 창조하는 스티브 잡스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가총액 4,000억 달러 언저리에서 현상유지를 하던 액손모빌, 제너럴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제친 애플은 시가총액 7,000억 달러를 넘은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무에서 유’를 창출한 애플은 창조경영을 무기로 제4기 패러다임을 이끌었다.
헨리 포드, 마이클 포터, 잭 웰치가 모두 ‘좌뇌’ 중심의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접근한 반면, 스티브 잡스는 ‘우뇌’ 중심의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접근했다.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을 무력화 시킨 스티브 잡스 앞에서 전통적인 경영을 맹목적으로 믿던 경영자와 경영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창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틀과 달리,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이다. 그럴 수록 창조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창조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를 거국적으로 내세우는 세계 첫 번째 나라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창조적인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 나라다. 창조를 핵심 가치로 하는 제4기 경영패러다임은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ㆍ중국 장강상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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