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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서의 오션토크] 수천 길 바다 속이 부른다

입력
2015.03.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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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가장 깊은 곳 챌린저해연

심해유인잠수정 놓고 中ㆍ日 경쟁

우리도 잠수정 사업 서둘러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의 속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안다고 하는 열 길 물속은 얼마나 깊을까? 길은 얼추 사람 키 정도 되는 길이의 단위로 쓰인다. 서양에서는 사람 키를 기준으로 물 깊이를 어림짐작할 때 패덤(fathom)이란 단위를 사용한다. 패덤은 약 1.8m 정도 된다. 우리의 길은 서양의 패덤보다 좀 길다. 한 길은 여덟 자 또는 열 자로 약 2.4m 또는 3m가 된다. 자, 이제 열 길 물속이 얼마나 깊은지 답이 나온다. 열 길은 짧게는 24m 길게는 30m쯤 되는 깊이다. 이 정도 깊이면 스쿠버 다이빙을 해서 도달할 수 있으므로, 열 길 물속을 들여다보기란 실제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 천길 물속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괌 인근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해연으로 깊이는 무려 1만1,000m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 백두산을 하나 더 얹은 것만큼 된다. 이정도 수심이라면 달에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실제로 지구에서 약 38만3,000㎞ 떨어진 달에 가본 사람 숫자가 바다 가장 깊은 곳에 다녀온 사람 숫자보다 더 많다. 수심 1만m가 넘는 바다 속을 다녀온 사람은 1960년 트리에스테에 탑승한 돈 월시와 자크 피카르, 그리고 2012년 딥시챌린저를 탄 제임스 카메론 단 3명뿐이다. 카메론은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만든 우리가 잘 아는 영화감독 바로 그이다. 한편 달에 착륙했던 사람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의 첫발자국을 달 표면에 남긴 닐 암스트롱을 선두로 모두 12명이 있다.

미지의 세계를 엿보고 싶어 하는 우리 호기심의 끝은 어디일까? 빛의 속도로 달려도 영겁의 시간을 가야 하는 우주 끝일까, 아니면 무시무시한 압력이 내리 누르는 심연의 끝? 그도 아니면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뜨거운 지구의 중심일까? 이 가운데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곳은 심연이다.

지난 2월 26일자 국내 신문은 아사히신문을 인용해 일본에서 1만2,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 ‘신카이12000’을 만든다고 보도했다. 이 잠수정이 만들어진다면 인류는 해저 어디든 못 갈 곳이 없다. 신카이12000은 잠항할 수 있는 최대 깊이도 놀랍지만 기존의 6,000~7,000m급 잠수정과는 차별화 되는 점이 눈에 확 띄었다. 탑승인원은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체류 시간도 10시간 내외에서 2일로 늘리며, 사람이 탑승하는 거주구도 기존의 티타늄 재질에서 강화유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직경이 2m 남짓 되는 거주구는 공간이 비좁아 휴식은 물론 생리현상도 처리할 수 없다. 그런데 새로 만들려는 잠수정에는 휴식공간과 화장실도 설치한다고 한다.

중국이 심해유인잠수정 자오룽을 만들기 전까지는 일본이 세계에서 바다 가장 깊이 과학탐사를 할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였다. 2012년 열린 여수세계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던 신카이6500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그해 중국이 자오룽으로 7,000m 이상 잠항에 성공하자 일본은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해양굴기를 외치며 심해유인잠수정은 물론 해저기지 등 해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1만2,000m급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의 자신감은 오랜 경험이 축적되어있기에 가능하다. 이미 1980년대 2,000m급 신카이2000과 6,500m급 신카이6500을 만든 경험이 있다. 우리도 6,500m급 심해유인잠수정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갈 길이 더욱 바빠졌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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