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새줌마 퍼포먼스’가 화제입니다. 새줌마는 TV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어떤 요리든 척척 해내는 배우 차승원씨에게 붙은 ‘차줌마’라는 애칭에서 따온 겁니다. 두건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차씨가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만재도의 작은 집에서 빚어낸 음식들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아궁이에서 식빵과 해산물 피자를 굽고 갓 잡은 생선으로 회전초밥까지 해내니 말 다했지요.
차줌마를 차용한 새누리당의 ‘새줌마 전략’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신장 181㎝에 92㎏인 건장한 체격의 김 대표가 빨간 앞치마와 빨간 두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카메라 앞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모습은 무척 익살스러웠지요. 별명이 ‘무성대장(무대)’일 정도로 천생 ‘부산 싸나이’인 이미지와 차줌마의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왜 ‘새줌마’를 들고 나온 걸까요? 이 퍼포먼스를 기획한 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인 정미경 의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정 의원 역시 삼시세끼의 굉장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차씨가 어떤 상황에서도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 감동했다고 하네요. “현실이 어떻든 간에 일단 만들어내잖아요? 그것도 맛있게, 훌륭하게. 우리 정치가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동네를 책임지는 ‘새줌마’가 되겠다는 거지요.” 당의 홍보국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나온 ‘새줌마’ 아이디어에 정 의원이 무릎을 탁, 친 건 당연했고요. 슬로건은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로 정했습니다. 재ㆍ보선에 출마한 네 지역의 후보들이 모두 남자였던 것도 새줌마 전략에는 잘 맞았습니다.
새줌마 퍼포먼스의 인기를 바라보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속은 편할 리 없습니다. 이미 ‘무대’가 젝스키스의 전 멤버 장수원씨의 로봇연기를 흉내 낸 온라인 CF에 한 방 맞은 터라 그 충격은 더 한 듯싶습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우리는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이벤트에 너무 약하다. 새누리당의 새줌마를 보고 적군이지만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사실 ‘서민 살림’을 강하게 내세운 건 새정치연합입니다. 문재인 대표가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경제’니까요. 하지만 선거에서는 포장도 역시 중요한 듯싶습니다. “국민지갑을 지켜드리겠다”는 문 대표의 말보다는,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를 곁들인 새줌마 퍼포먼스의 반응이 더 크게 나오니 말입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의 구도를 보면, 정책도 인물도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당과 정책, 인물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국민 마음에 확 와 닿게 할 것이냐 하는 이벤트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새누리당의 새줌마 전략이 표로 이어질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아참, 새줌마 퍼포먼스를 공개했던 지난달 31일 공약발표회 현장에서 ‘무대’는 정미경 의원이 두건까지 씌우려 하자 “이것까지 둘러야 하는 기가?”라고 했다네요. 이에 대처한 정 의원의 답은 이랬다고 합니다. “이것이 새줌마 (패션)의 완성입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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