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 어부지리 당선 안겨주고
국민모임도 붕괴 위기에 몰려
4ㆍ29 재보선을 통해 ‘야권 주도세력 재편’을 공언했던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은 역설적이게도 ‘역사의 죄인’이 됐다. ‘서울의 호남’이라 불리며 27년 동안 야당이 지켜온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 됐고, 자신을 통해 제도 정치권 진입을 꿈꿨던 국민모임의 존재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사실 정 위원장이 무소속으로 관악을 재보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부터 새정치연합이나 야권 지지자들은 ‘멘붕’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의 지역 내 인지도와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마당에 그의 등장으로 야권 후보 지지표는 나눠질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당선을 안겨 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 자신이야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시종일관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와 정 위원장이 2,3위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실제 선거 결과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정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진보 진영이 개최하는 각종 집회 현장에 꾸준히 참석하는 등 외곽을 돌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진보성향의 시민ㆍ사회단체 등과 함께 국민모임을 만들었다.
당초 내년 총선을 목표로 창당을 준비하던 국민모임은 재보선을 통해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선거를 치를 만한 조직이나 역량이 충분치 않았다. 고심 끝에 인재영입 책임을 맡았던 정 위원장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최악의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정 위원장 본인과 친정인 새정치연합의 동반 패배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정 위원장 자신은 내년 총선을 통해 또 다른 재기를 노릴 수도 있겠지만 관악을에서 야권의 패배를 가져온 원인 제공자라는 낙인이 찍힌 만큼 과연 그가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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