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이후 끊긴 호남 정치 살리겠다"
3년 만에 화려하게 여의도 귀환
국민모임 손 잡을지도 최대 관심사
‘호남 정치 복원’을 외치며 친정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칼을 겨눴던 천정배 당선인이 4ㆍ29 재보선을 통해 3년만에 여의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천 당선인은 야권의 뿌리인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1야당 후보를 압도적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됨으로써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발(發)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천 당선인은 내년 총선에서 호남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원내 교섭 단체를 만들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운 만큼 앞으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또 한번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천 당선인의 승리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선거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줄곧 앞섰다. 천 당선인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며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후 당 상임고문으로 2년 가까이 광주 민심을 꼼꼼히 살폈고, 지난해 7ㆍ30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천 당선인의 한 측근은 “광주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당내 진보성향 소장파 의원들이 잇따라 연판장을 돌리며 천 당선인의 출마를 반대했다”며 “그 때부터 독자적으로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특히 천 당선인은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끊긴 ‘호남정치’를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도 “광주정치를 바꾸고 호남정치를 살려내겠다”며 “지역 차별이 없는 나라, 어느 지역도 소외되거나 낙후되는 일이 없는 지역평등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천 당선인 측은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 공천 파동에서 보듯 광주나 호남을 대충해도 되는 곳이라 여겼고 광주 민심은 이에 폭발 직전이었다”고 승리 요인을 설명했다.
당분간 야권은 천 당선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당선소감을 통해 “야권을 전면 쇄신해서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면서 “한국정치를 바꿔 차별도 없고 불안도 없는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천 당선인의 이번 승리는 그가 잘했다기보다는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 대해 광주 민심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공천과 새 인물 발굴에서 새정치연합이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천 당선인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당선인이 야권 재편의 한 축인 국민모임과 손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국민연대를 이끌었던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 국민모임은 새로운 중심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 당선인의 한 측근은 “본인이 직접 다음 대권을 노린다거나 하는 생각은 아직 없다”며 “밀알이라는 표현처럼 야당이 제대로 변신해서 2017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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