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등 악재 딛고
박근혜 마케팅 없이 두번째 완승
당청관계도 당쪽에 힘 실릴 듯
문재인, 제1야당 리더십 치명상
계파별 목소리 커지며 내홍 예고
인사ㆍ공천 개혁 등도 험로 불가피
재보선 당락의 윤곽이 나타난 29일 밤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들어선 김무성 대표의 얼굴은 피곤함이 묻어 났지만 밝았다. 4ㆍ29 재보선은 나란히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간 맞대결이기도 했기에 두 사람에 쏠린 관심도 컸다. 첫 결전에서 대승을 거둔 김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김무성, ‘박근혜 마케팅’ 없이 재보선 압승
김 대표는 지난해 7ㆍ14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이후 내리 두 차례 재보선 완승을 일궜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 사실상 ‘미니 총선’으로 치러진 지난해 7ㆍ30 재보선을 11대 4의 승리로 이끌었고, 이번엔 ‘성완종 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악재를 뚫고 수도권 3곳을 모두 석권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는 이른바 ‘박심(朴心) 마케팅’ 없이 자력으로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향후 당내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청관계 역시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 쪽으로 힘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딛고 이룬 승리라는 점에서 김 대표에겐 정치적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도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자진사퇴를 끌어냈고, 특검 수용 의사를 선제적으로 천명하는가 하면 여야 대선자금 동시 수사를 주장하며 야당에 역공을 가했다. 파문의 고비고비를 넘어서며 정치력과 결단력, 해결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물론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얽힌 여권의 잠룡들이 정리됐다는 이점도 있다. 김 대표는 외려 이 사건에 연루된 친박 핵심들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어 자유로운 입지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20%대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다”면서 “대중에게 ‘정치인 김무성’의 이미지가 깊숙이 각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3주일간 서울 관악을, 인천 서ㆍ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 등 세 곳을 각각 12번씩, 광주 서을을 6번 방문하며 지원 유세에 매진했다. 그가 이동한 거리는 총 4,790여㎞였고, 숙박도 5차례나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앞치마에 머릿수건까지 두른 ‘새줌마’ 유세와 ‘무대이탈’이란 제목으로 길거리 댄스타임까지 마다하지 않은 소탈한 행보로 ‘대중정치인 김무성’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문재인, 야성 강한 수도권ㆍ호남 패배… 깊은 내상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텃밭인 광주 서을과 전통적 강세 지역이었던 서울 관악을에서 모두 패배한 건 그에게 큰 타격이다. 야권 분열 요소가 컸다고는 하지만 제1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에는 적잖은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희웅 센터장은 “미니 재보선이었고 당 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러진 선거이기에 책임론이 거세게 일지는 않겠지만 문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다른 계파의 목소리가 커져 한동안 불안정한 나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내건 인사ㆍ공천 개혁 등도 그의 의지대로 이행될 지 불투명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내년 4월 총선 승리의 핵심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문 대표가 통하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이 가중될 것”이라며 “대선주자로서도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서 야당 인사의 이름까지 나오기라도 한다면 더 큰 파고에 휩쓸리게 될 듯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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