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서구 국가에선 결혼하지 않는 동거 커플, 여성 혼자 출산해 자녀를 키우는 비혼모 가족 등이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 아동 중 결혼한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 55.3%로 나타났다. 22.3%는 동거커플, 21.8%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동거 커플,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 비율은 노르웨이의 경우 각각 22.8%, 18.2%, 스웨덴은 각각 23.8%, 17.6%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구에서 비혼 가족은 이미 가족의 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정부정책도 수십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1969년 제정된 독일의 ‘비혼법’이다. 비혼모와 비혼부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시해 자녀양육비와 생활비 등 모든 경제적 책임을 일차적으로 비혼부에게 부과하고, 혼인부부의 자녀와 비혼부부 자녀가 동등하게 양육 지원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999년 제정된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은 비혼 가족을 더 세분화했다. 프랑스에서 단순 동거는 법적 신분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같은 주소에 거주함을 증명하면 정부로부터 결혼 가족과 거의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경제적으론 완전히 독립돼 상대에 대한 의무가 거의 없으며 일방 통보로 헤어질 수도 있다. 시민연대협약에 따른 ‘계약 동거’는 결혼과 동거의 중간 형태 가족이다. 계약 동거를 원하는 커플이 동거계약서를 지방법원에 제출하면 계약 내용에 따라 상호간 권리와 의무, 채무에 대한 연대 책임 등을 지며 서로가 원할 경우 이혼절차 없이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 계약서 제출 후 3년이 지나면 유산도 상속받을 수 있다.
서구 상당수 국가에서는 가족 형태뿐만 아니라 가족 내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정책까지 화두가 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가족 개념을 확대하고, 공공 육아시설 확충 같은 복지정책을 써도 여성이 보육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는 ‘가족 내 성별노동분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저출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이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4년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가제도(부모휴가)를 도입한 스웨덴이다. 당시 스웨덴은 최장 180일까지 허용한 모성휴가를 부모휴가로 바꾸고 이중 90일을 남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휴가기간 소득대체율은 기존 임금의 90%에 달했다. 1970년 합계출산율이 1.94명에서 1980년 1.68명으로 떨어졌던 스웨덴은 이런 가족정책을 통해 1990년 2.14명, 2012년 1.91명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78년 부모휴가 12주 중 아버지가 6주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고, 스웨덴보다 1년 앞선 1993년 북유럽 최초로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해 육아휴직 중 4주를 아버지가 사용하도록 했다. 1970년 합계출산율이 2.5명에서 1980년 1.7명으로 급격히 떨어진 노르웨이는 1990년 1.89명 2012년 1.85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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