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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칼럼] 탐욕과 습관성 변비

입력
2015.08.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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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돈 앞에서는 부모자식도, 형제도 없다는 것을 온 국민 앞에서 시위하는 것 같아 여간 언짢지 않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재벌가의 막장 드라마 때문에 일어나는 반(反)기업정서의 확산,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재벌개혁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이미 여론이 팽배하다. 그 밥상에 수저 하나 더 올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심리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소득의 증가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예컨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동료들의 연구를 보면 소득이 많아질수록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연소득이 7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소득 증가에 따른 행복감이 오히려 줄어든다. 그렇다면 서민들이 돈에 애착을 갖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7만5,000달러보다 훨씬 더 버는 부자들이 돈 때문에 가족과 등을 돌리면서까지 싸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칼 마르크스는 그 이유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이 열망하는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하고 이렇게 비꼬았다. “나는 못생겼지만, 돈만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여자도 살 수 있다. 내가 혐오스럽고 치욕스럽고 파렴치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돈은 존경받으며 돈의 소유자도 존경받는다. 돈은 최고로 좋은 것이며, 돈을 가진 사람도 그러하다. 게다가 돈은 내가 부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곤란함을 면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나는 정직하다고 인정도 받는다. 내가 어리석어도 돈이 만물을 움직이는 진짜 머리이니 돈을 가진 사람이 어찌 어리석을 수 있겠는가!”

일부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 백번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정신분석학의 시조인 프로이트는 재물에 무한한 소유욕을 지닌 사람은 대부분 신경증 환자라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람들은 흔히 습관성 변비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프로이트는 돈에 집착하는 콤플렉스와 배변 콤플렉스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임상에서는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정신의학자 에리히 프롬도 심리적 지향이 온통 소유욕뿐인 사람들의 병리현상을 발견했다. 이런 사람들은 무조건 아끼고 도통 쓰지를 않아 그것들을 지키려는 데 대부분의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그는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를 예로 들었다. 포드는 양말을 더 이상 꿰맬 수 없을 때까지 신었는데 아내가 새 양말을 살까 봐 자동차 안에서 양말을 갈아 신고, 더 이상 꿰맬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양말은 길거리에 버렸다.

프롬에 의하면, 이처럼 소유지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대부분 물건뿐만 아니라 힘이나 감정, 생각, 시간 등 그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내놓지 않으려는 정열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심지어 건강을 목적으로만 성교를 하며 정액을 아끼기 위해 그 횟수를 조절하기도 하는데, 상당수 부유한 남자들의 발기불능이 이 때문이다.

카너먼 외에도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 심리학자 데이비드 슈케이드 같은 학자들은 행복과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은 가족들과 어울리기, 친구들과 식사하기, 성관계 갖기 같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자기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손해다. 그뿐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해롭다.

지난 7월 9일 볼리비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을 ‘악마의 똥’에 비유하며 “돈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이 세상을 지배하고 공익을 위한 헌신은 내버려졌다. 자본이 우상이 돼 사람들의 판단을 좌우하고, 탐욕이 전체 사회경제 체제를 주도하게 되면 사회는 망가진다. 돈은 남자와 여자를 노예로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어 우리의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자신의 행복을 해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면서까지 돈에 집착해야만 할까? 롯데가(家)의 사람들이 혹시 습관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지 문득 궁금하다. 만일 그렇다면 탐욕을 버려야 치료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처방이다.

김용규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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