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및 가족 10명 중 8명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그에 상응한 정부의 지원과 대우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독립유공자나 가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자부심을 느낀다’ ‘자부심을 느끼는 편이다’ 등 긍정적 평가가 78.2%로 압도적이었다. 또 자부심을 느낀다는 비율이 유공자 본인보다 자녀ㆍ손자녀 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은 유공자 본인이나 배우자에서 많았다.
정부 차원의 처우에는 싸늘한 평가를 내놨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지원 정도를 묻는 질문에 질문에 ‘별로 만족하지 못한다’와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이 45.7%였다. ‘매우 만족한다’와 ‘대체로 만족한다’는 각각 5.9%, 17.8%에 그쳤다. 자녀와 손자녀, 증손자녀에서 부정적 응답이 많이 나와 세대가 내려갈수록 정부 정책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독립유공자와 가족들은 ‘사회적 무관심’과 ‘경제적 빈곤’을 토로하고 있다. ‘과거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복수응답)으로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독립 유공자를 보는 사회적 무관심’(46.4%)을 꼽았다. ‘적은 연금 액수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39.9%)이 뒤를 이었고, ‘연금 승계가 끊길 우려’(33.3%)와 ‘교육을 받지 못한 것’(18.6%), ‘독립유공자 후손 입증의 어려움’(9.3%) 순이었다.
특히 경제적 문제는 독립유공자 당사자보다 자녀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1세대 응답자는 61.5%가 ‘사회적 무관심’을 애로사항으로 지적한 반면, 연금 부족을 언급한 비율(38.5%)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자녀의 경우 ‘사회적 무관심’(47.3%)을 가장 걱정하긴 했지만 ‘생활의 어려움’(45.2%)에 대한 우려도 대등했다. 또 연금승계 중단 우려는 2세대(33.3%)보다 손자녀(38.9%), 증손자녀(35.8%)에서 응답 비율 높았다. 세대를 거치면서 ‘빈곤의 대물림’이 동반돼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을 느낄 여유조차 없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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