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듀어든] "기성용 응원한다면 일희일비 마세요"

입력
2015.09.29 15:21
0 0

기성용의 축구 실력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그의 키와 외모에 끌려 그를 응원하는 팬들도 있다. 나의 처제도 그러한 사람 중 하나인데, 기성용이 너무 잘생기고 ‘얼굴도 작아’서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얼굴이 작다는 게 왜 미의 기준이 되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얼굴이 작은 게 좋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존 당신의 얼굴은 그리 작지 않아!’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얼굴이 작은’ 기성용의 시즌 출발은 그리 부드럽지가 않다. 부상이 있었고 월드컵 예선의 여정이 있었으며 딸의 탄생도 경험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의 삶은 매우 정신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가 매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지 못한 것도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을 당시의 기성용 모습. 연합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을 당시의 기성용 모습. 연합뉴스

팀 내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았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시즌 기성용은 스완지의 붙박이 선발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몇 가지 불안정한 요소와 함께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만이 흐름을 찾아가게 될 즈음에는 다시 월드컵 예선으로 해외 원정을 치러야 하는 아쉬운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다. 물론 이는 국제적인 스타라면 누구나가 겪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성용이 사우스햄튼전에 선발로 출전한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영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기성용과 게리 몽크 감독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기성용이 모든 감독과 다 싸우는 선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 팬들이 해외파에게 보내는 열정과 사랑은 매우 크다. 특히 기성용처럼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는 선수에게는 무한지지를 보내고 관심도 크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기에 팬들은 이번 시즌의 출발이 지난 시즌보다 낫거나 최소한 그 연장 선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다. 한국 팬들은 안정환이 이탈리아로 건너간 이후 유럽 무대에 대한 16년째의 경험을 갖게 됐다. 많은 선수들이 잉글랜드 혹은 독일로 가서 성공하거나 완전히 실패하는 다양한 사례를 목격했다. 기성용은 이제 성공-실패의 평가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확고한 커리어를 만든 선수다. 잠깐의 부진이나 출전 시간 부족에 일희일비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팬들도 그렇게 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해외파를 응원하는 팬들 역시 기성용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엇갈리는 평가와 전망을 내놓으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제 한국 팬들도 유럽 축구 경력이 꽤 오래된 만큼 장기적인 시각의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성용은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성용은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성용의 커리어가 스완지에서 선발로 못 나온다고 흔들릴 정도가 아니다. 스완지에서 제대로 못 뛰면 1월이나 여름 이적 시장에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으로 옮기면 된다.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기성용은 스완지보다 나은 팀에서 뛸 수 있음을 입증해온 선수다. 에이전트와 선수 자신이 팀을 옮기기로 마음먹으면 이적 자체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기성용을 원하는 구단은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벤투스가 관심을 표명하고 영입 작업에 착수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성용이 진짜로 가고 싶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갈 수는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힘이 있기에 기성용이 우겼다면 이적은 성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스완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은 팔아서 이적료를 챙기거나 불만에 찬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밖에 없다.

스완지는 과거의 행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팀 내 최고의 선수라도 언제나 팔아 치울 준비가 되어 있다. 보니의 맨시티 이적은 선수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는데, 구단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기성용이 유벤투스로 가야만 했을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유벤투스가 스완지보다 훨씬 더 빅클럽인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불과 몇 달 전에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뛴 팀이다. 이탈리아 리그가 예전만큼 강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빅클럽에 소속으로 뛸 수 있다면 여전히 탐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 중에 세리에 A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기성용인지도 모른다 (기성용이라면 그 어떤 리그에서도 적응하며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기성용이 몇 경기 제대로 못 뛰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팬들이 가진 불안의 근원에는 기성용이 출전 시간을 제대로 부여 받지 못하며 작년에 만들어낸 화려한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 커다란 이슈는 아니다. 이미 영국과 유럽 축구계의 사람들은 기성용의 실력을 알고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의 플레이를 파악한 상태다.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상해보면 이렇다. 기성용은 시즌이 끝날 때 까지 스완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다. 지난 시즌만큼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다음 여름은 기성용이 어차피 팀을 옮겨야 할 시기다. 매 경기 선발로 못나온다고 해도 그동안 유럽과 전 세계를 떠돌며 너무 많은 축구를 했기에 휴식의 차원으로 여겨도 무방할 듯하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간 건에, 기성용의 실력과 그를 바라보는 높은 평가는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성용을 응원하는 팬들도 자신감을 갖고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존 듀어든 'Overhead Kick' ▶ 시리즈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