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가 벌써 일곱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 뒤에 붙은 ‘7’이란 글자를 보면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벌써 7년이 흘렀나’라는 생각. 하지만 때로는 그게 ‘아, 이제는 좀 지겹다. 이 프로그램’으로 변하기도 한다.
‘슈스케’는 대국민 오디션의 ‘원본’이다.
대한민국 전역과 해외까지 망라한 대형 스케일의 대국민 오디션 예선 - 슈퍼위크에서 벌이는 극한의 대결(팀별 과제 및 일대 일 서바이벌, 그리고 패자부활전) - 그렇게 걸러낸 톱10의 생방송 - 시청자 투표로 한 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 결승전에서 최후의 1인 발표.
이 형식은 이후 ‘위대한 탄생(MBC, 2012~2013년)’과 ‘케이팝스타(SBS, 2011년~ )’ 등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슈스케’는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지만, 이런 이유로 시청자들이 느끼기엔 10년 이상 계속된 프로그램 같다. 그만큼 이 형식에 대한 피로도 또한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슈스케’를 포함해서 ‘슈스케’를 원형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피로한 이유는 바로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상하 관계가 너무나 극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참가자를 평가한다.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심사위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한다. 심사위원의 극찬이 쏟아지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심사위원의 질책이 나올 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인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다소 ‘오버스러운’ 감상일지 모르지만, 나는 앳된 얼굴의 오디션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듯한 장면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불편하다. 마치 실제 우리 사회의 수많은 ‘미생’들이 자신의 ‘목숨(계약 유지 여부, 혹은 정규직 전환 여부)’을 쥐고 있는 상사 앞에서 한마디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떠는 듯한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스케’에서 가장 매력적인 참가자는 ‘반항아’들이다. 시즌2(2010년)에서 “기타 튜닝 좀 하고 나와라”, “태도가 불량하다”는 악평을 들었다가, 결국 음원차트에서 ‘본능적으로’를 빵 터뜨려버렸던 강승윤이 그 시작이었다. 시즌4(2012년)에서는 매사 건들거리고, 심사위원의 악평 앞에서도 씩 웃으며 ‘삑사리’를 냈던 정준영이 반항아였다.
그리고 올해 시즌7에는 드디어 ‘물건’이 등장했다. 바로 ‘중식이’다. 배짱과 똘끼, 음악적인 실력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자다가 깬 것 같은 머리스타일의 보컬 중식이가 “날 꺼내줘요 제발 꺼내줘요”라고 노래 부르던 순간이 나에겐 올 시즌 최고의 장면이었다.
중식이는 그랬다. 마치 내가 이전 시즌의 ‘착한’ 참가자들을 보면서 오버스러운 생각을 했다는 걸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요즘 젊은이’들의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뜨끔하게 풀어내어 노래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의 평가 따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배짱이 흘러 넘친다. 오히려 그 기(氣)에 눌린 심사위원들이 중식이를 극찬하는 모습이 통쾌하다.
언제였더라. 한 번은 tvN에서 향후 방송될 ‘응답하라 1988’ 예고편을 봤는데, 예고편 시작과 동시에 노래 ‘그대에게’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고(故) 신해철이 앳된 모습으로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바로 그 노래를 불렀던 때가 떠올라서 온갖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신해철이 무한궤도 보컬로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불렀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1988년 이후 2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생짜 신인’이 등장하는 어떤 경연대회(가요제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때 그 순간 만큼의 신선한 충격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충격에 가장 가까웠던 게 바로 올해 내가 처음 본 중식이다. ‘슈스케’가 시작한 이후 7년 내내 나는 ‘심사위원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노래를 한다’는 배짱 있는 젊은 패기에 참 목이 말랐던 것 같다.
1977년부터 36년간 지속됐던 대학가요제가 2012년을 마지막으로 간판을 내린 데는 ‘슈스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슈스케’는 분명 대학가요제보다 수준 높은 음악 실력의 출연자, 세련되고 자극적인 진행, 짜릿한 재미를 모두 갖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아마추어 냄새 물씬 나는 학생들이 비록 모자라도 당당했던 것과 달리 ‘슈스케’의 프로를 꿈 꾸는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들에게 더욱 순종적이고 수동적이다. 참가자의 실력은 더 높아졌지만, 태도는 훨씬 더 순종적이 되었다니. 묘한 아이러니다.
중식이는 지난주 방송에서 가장 먼저 톱10 합격자로 발표됐다. 그들은 생방송 시청자 문자투표에서는 대체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록 시즌7이 역대 최악의 화제성, 최악의 시청률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지만, 중식이만은 제발 오래오래 보고 싶다. 올해 생방송 때는 나도 처음으로 문자 투표란 걸 해 봐야 겠다.
<슈퍼스타k 시즌7> 슈퍼스타k>
엠넷, tvN 매주 목요일밤 11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시시콜콜 팩트박스
1)‘슈스케7’은 프로그램이 시작 후 처음으로 목요일 밤에 방송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금요일에 방송됐다. 이번 시즌 시청률은 0.7%(닐슨코리아 기준)다. 역대 최고 시청률은 허각, 존박이 결승에서 격돌했던 시즌2(2010년)로, 자체 최고 18.1%(엠넷, km 합산시청률)를 찍은 적이 있다.
2)이번 시즌 심사위원은 윤종신, 백지영, 김범수, 성시경이다. 슈스케 시작 후 처음으로 이승철이 심사위원에서 빠졌다.
3)’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등 각종 논란으로 악명이 높았다. 인터뷰를 짜깁기하고, 궁금한 결과를 미루고 미루다가 다음회로 넘기는 등의 ‘악마의 편집’은 시즌4~5에서 기승을 부리다가 지난 시즌부터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그 외에도 출연자의 과거 논란, 우승자의 자격 논란, 톱10 합격자의 중도이탈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전 야구선수 길민세씨의 합격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