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가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 후 한국영화 12편과 할리우드 영화 4편이 그 대열에 올라섰다. 1,000만 명이라면 대략 전체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제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1년만 돌아봐도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어벤져스2’, ‘암살’, ‘베테랑’ 등 히트작이 5편이나 나왔다. 심지어 이번 주에는 누군가가 이런 말까지 했다. “예전엔 한국영화가 1,000만이 넘을 때 흥분되고 신기했는데, 요즘은 별 느낌이 없더라.”
1,000만 영화가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지만, 다른 나라에선 어떨까? 많은 영화(특히 자국 영화)가 인구의 20%나 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을까?
최근 10년간 일본의 최고 흥행작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총 관객은 약 2,350만명이었으나 이는 단지 일본 인구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시 말해 1인당 평균 티켓 판매수를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은 아직 1,000만 영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랑을 받았고, 그런 의미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거대한 시장의 중국은 어떤가. 지난달 중국 영화 ‘몬스터 헌트’는 무려 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분노의 질주7’을 제치고 새로운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중국의 방대한 인구 기준으로 볼 때 영화 입장객의 비율은 3% 이하다.
유럽으로 가보자. 2014년 ‘스패니시 어페어’가 스페인 자국 영화로서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의 14%정도에만 표를 팔았다. 활기찬 영화산업의 덴마크도 마찬가지다. 2000년 최고 흥행작 ‘Italian for Beginners’조차도 그 적은 인구의 15%선에 겨우 도달했을 뿐이다. 지난 수 십 년간 독일에서 가장 흥행했던 ‘귀 없는 토끼(2007)’도 전체 인구의 8%만이 봤다.
영국에선 ‘007 스카이폴’이 24%, 해리포터 시리즈 몇 편이 역시 20%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선 지난 10년 사이 자국영화로는 딱 두 편만 20% 이상이었는데 ‘알로, 슈티’가 31%, ‘언터처블: 1%의 우정’이 30%였다. 같은 기간 할리우드 영화로는 ‘아바타’가 유일하게 20%선을 넘었다.
반면, 한국의 역대 흥행 1위인 ‘명량’은 1,700만장의 티켓이 팔렸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21세기에 어떤 할리우드 영화도 미국-캐나다 인구의 25%선에 도달한 적이 없다. 가장 근접한 건 21% 선에 나란히 있는 ‘아바타’와 ‘어벤져스’, ‘쥬라기 월드’였다. 인도의 통계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한국 관객이 전세계의 관점에서는 꽤나 독특한 사례인 것 같다. 성공한 한국영화는 국민의 대부분이 본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보자. ‘타이타닉’(1997)은 북아메리카 인구의 44%가 봤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는 55%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타워즈’(1977), ‘사운드 오브 뮤직’(1965),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더욱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비록 당시 영화 출시 이후에 수년 동안 여러 번 상영됐기 때문에 통계가 애매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가오는 겨울에 한국에서 1편 아니 그 이상의 1,000만 영화가 등장한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일상적인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구적 관점에선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이 한국영화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 완전히 다른 문제이긴 한데, 이는 다른 칼럼에서 써야 할 것 같다.
영화 평론가 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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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Big is Ten Million Admissions?
It’s now a little over a decade since Silmido became the first Korean film to break past the 10 million admissions mark at the box office. Since then, 12 more Korean films and 4 Hollywood films have followed in its path. In Korea, it’s no longer so unusual for a film to sell 10 million tickets, which represents roughly 20% of the country’s total population. In the past 12 months alone, it’s happened five times (Interstellar, 국제시장 Ode to My Father, Avengers: Age of Ultron, 암살 Assassination, and Veteran). Just this week, I overheard someone say, “I used to get excited and curious to see a Korean film when it broke 10 million admissions. But now I don’t even care.”
Ten million admissions may be becoming commonplace in Korea, but how common is it in other countries? Do many films (in particular, domestic films) attract the equivalent of 20% of the population?
In Japan, the highest grossing film in recent decades is Miyazaki Hayao’s Spirited Away from 2002. Its total admissions are about 23.5 million, but this amounts to only 18% of Japan’s population. In other words, in terms of tickets sold per capita, Japan has yet to experience the equivalent of a 10 million admissions film. (Of course, Spirited Away also attracted millions of viewers in other countries, so in that sense it was a tremendously successful film.)
Many people talk about the massive box office in China. Just last month, the Chinese film Monster Hunt passed Furious 7 to set a new all-time box office record, with a gross of almost US $400 million. But as a percentage of China’s giant population, the film’s admissions are well under 3%.
Moving to Europe, in 2014 the film Spanish Affair set a new box-office record for Spanish films. But its ticket sales amounted to only 14% of Spain’s population. Denmark has a successful, vibrant film industry, but even big hits like Italian for Beginners (2000) come in at 15% of its small population. The biggest German film of the past decade, Rabbit Without Ears (2007), had admissions equivalent to 8% of its population.
As for the UK, the 007 film Skyfall took the equivalent of 24%, and several of the Harry Potter films also passed 20%. In France, only two local films in the past decade have taken more than 20% of the population: Bienvenue chez les Ch’tis (2008) at 31% and The Intouchables (2011) at 30%. Over the same time period, only a single Hollywood film (Avatar) passed the 20% level in France.
Meanwhile, Korea’s best selling film 명량 Roaring Currents sold 17.6 million tickets, which is equivalent to 35% of the population. That is a pretty staggering number. No Hollywood film of the 21st century has yet to reach 25% of the US-Canada population: the closest to reach that level are Avatar, The Avengers, and Jurassic World which all stand at about 21%. I have not been able to find reliable statistics for India, but it seems that the Korean audience is pretty unique from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Successful Korean films end up being watched by a huge percentage of the population.
It is not entirely unprecedented, however. Going back a little further in time, we see that Titanic (1997)’s admissions represent 44% of the US-Canada population. In 1982, Steven Spielberg’s E.T. reached an astounding 55%. Star Wars (1977), The Sound of Music (1965), and especially Gone With the Wind (1939) achieved even greater levels of popularity, though the statistics are fuzzy since those films were re-released in theaters so many times over the years.
It would surprise no one if one or more 10 million+ hits appeared this coming winter in Korea. People may be starting to think this is ordinary, but from a global perspective, it is anything but. Whether or not it is a good thing for Korean cinema as a whole ? alas, that is an entirely different question, and perhaps the subject of a differen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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