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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당신의 편견을 깨는 '아이돌 힙합' 5

입력
2015.10.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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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장르를 추구해 입지를 다진 아이돌 래퍼 지코(왼쪽)와 지드래곤. 세븐시즌스 엔터테인먼트·한국일보 자료사진
힙합장르를 추구해 입지를 다진 아이돌 래퍼 지코(왼쪽)와 지드래곤. 세븐시즌스 엔터테인먼트·한국일보 자료사진

누가 랩하는 아이돌을 쉽게 괄시할 수 있으랴. 아이돌이 힙합음악을 통해 프로듀서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아이돌과 힙합장르가 결합된 콘텐츠가 부단히도 제작됐다. 아이돌 래퍼들은 젊은 감각으로 세련된 힙합음악을 제작해 수동적인 '기획형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이렇게 자리잡은 '힙합 아이돌'이 제법 늘었다. 이제 아이돌 래퍼들은 개성있는 퍼포먼스와 스웨그(래퍼 특유의 허세를 뜻하는 힙합용어)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라임(운을 맞춰 랩 가사를 작성하는 기술을 뜻하는 힙합용어)을 짤 줄 알아야 한다. 이 영역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인 아이돌 5명과 그의 곡을 선별했다. 랩핑, 작사 실력 뿐만 아니라 해당 곡이 아이돌 산업에서 갖는 위치와 역할도 함께 고려했으니 감안하길 바란다.

1. 지코 '말해 Yes or No'

블락비의 지코는 감각있는 래퍼이자 프로듀서다. 그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송민호의 '겁'에서 송민호의 거친 목소리와 보컬인 태양의 감성적인 목소리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블락비 앨범을 제작할 때는 좋은 제작자로 변신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불량하지만 어딘가 밉지 않은 매력을 살려내 독보적인 콘셉트를 구축했다. 노래하는 가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할 줄 아는 것이 지코의 강점이다.

'말해 Yes or No'에는 지코의 음악적 성향과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첫 가사부터 강렬하다. '요즘 누가 제일 핫해 요즘 누가 곡 잘써'라고 묻는 부분에서 곡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자신이 Mnet '쇼미 더 머니 4'의 심사위원으로, 힙합 뮤지션으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꾸미지 않고 생생하게 내지르는 랩을 듣고 있으면 속이 뚫리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2. 랩 몬스터 'do you'

방탄소년단의 랩 몬스터는 아직 지코보다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힙합계에서는 나름 실력이 정평 나 있는 래퍼다. 방탄소년단은 데뷔부터 '힙합 음악'을 추구해 화제를 모았는데, 처음 업계에 출현했을 때는 다른 힙합가수의 거부반응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랩 몬스터는 자신이 제작한 방대한 양의 믹스테잎을 공개해 실력에 대한 불신을 잠식시켰다.

에너지를 방출하기 보다는 냉정하고 정확하게 가사 전달을 하는 것이 랩 몬스터의 특징. 여기에 방황하는 청춘이 공감할 만한 가사를 쓸 줄 안다. 무료로 푼 믹스테잎의 3곡으로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으니, 이 정도면 인정받는 뮤지션이라 볼 수 있겠다.

3. 에픽하이 'Born hater' (Feat. 빈지노 버벌진트 바비 송민호 비아이)

에픽하이와 빈지노, 버벌진트 등 굵직한 정통 힙합 뮤지션과 바비, 송민호 비아이 등 차세대 뮤지션의 만남이 색다르다. 훅(후렴)을 담당한 비아이의 멜로디는 감각적이고 바비와 송민호의 랩은 청춘답게 패기 넘친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아이돌이 풋풋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욕설과 스웨그를 자신의 옷처럼 소화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특히 'Born hater'는 정통 힙합씬의 래퍼들과 아이돌 래퍼들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힙합가수와 아이돌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 현아 'Blacklist'( feat. LE)

포미닛의 현아가 래퍼로 역량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얘기를 가사로 풀어낼 줄 아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주류 여자 아이돌 사이에서 이처럼 색안경 낀 시선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현아의 목소리와 분위기만으로 곡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5. 지드래곤 'One of a kind'

데뷔 이래 꾸준한 작곡으로 다량의 히트곡을 보유한 빅뱅의 지드래곤. 이미 힙합가수와 아이돌의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지드래곤은 빅뱅 앨범에서 대중적인 멜로디를 주로 만들었지만, 솔로 앨범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힙합곡으로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One of a kind'은 지드래곤의 곡 중에서도 정통 힙합의 분위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어느정도 가요계에서 입지를 다진 그의 여유로운 감정이 곡에서도 묻어난다. 힙합장르를 추구하는 아이돌에게는 뮤직비디오에서 샤넬 재킷을 입고 거만한 표정으로 랩을 소화하는 지드래곤이 롤모델이 아닐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명석의 '아이돌 피디아' ▶ 모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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