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A씨는 요즘 수능을 마친 딸아이와 눈만 마주치면 다툰다. 아직 성적표도 나오지 않았는데, ‘쌍수’(쌍꺼풀 수술)를 해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성적 나온 후엔 너무 늦어서 붓기도 빠지지 않은 채 입학해야 한다”며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수석 진학도 거부할 태세. “너의 홑꺼풀 눈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수 차례 설득했지만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급기야 A씨는 “정말 불쾌하다. 엄마가 너에게 그렇게 끔찍한 외모를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리까지 지르고 말았다. “어차피 자기가 돈 벌어서라도 꼭 할 수술이라며 훌쩍이더라고요. 더 이상 설득할 자신도 없고, 이왕 할 거면 자연스럽게 부작용 없이 해주고 싶어요.”
수능이 끝난 매년 이맘때는 성형외과 최고의 대목이다. 평소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해온 많은 부모들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속담을 입증하며 성형외과를 찾는다. 성형수술에 관한 언론보도 역시 규탄 일색이어서, 어차피 받는 사람은 다 받는 수술, 음지에서만 정보가 유통되는 왜곡이 발생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지요, 뭐. 평생 외모로 평가 받으니 안 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고, 막상 하고 나니 성형녀라는 자괴감 들고…. 못 생기면 못 생겼다 무시하고, 수술해서 예쁘면 성형미인이라 수근대니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이죠.”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여성커뮤니티의 게시물에 달린 심금을 울리는 댓글이다. 분류하자면 각기 배우 김고은과 한가인 타입에 속하는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대형 연예기획사가 추천한 성형외과 두 곳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상담을 받아봤다. 부모들을 위한 ‘성형학 개론’이다.
지방 많은 눈은 절개법, 없는 눈은 자연유착으로
서울 강남 A 성형외과. 원장이 들어와 ‘김고은’ 인턴기자의 이마를 지그시 누른다. “눈 떴다 감았다 해봐요.” 이때 이마 근육이 움직이면 눈 뜨는 꺼풀 근육이 약해 이마 근육을 이용한다는 뜻. “눈은 잘 뜨네요. 눈매교정수술은 필요 없고, 뒤트임, 밑트임은 도움 안돼. 절개하고, 앞트임 하면 돼요.” 잠깐 학습: 쌍꺼풀 라인을 만드는 네 가지 방법. ▦절개법: 눈두덩을 절개한 후 근육, 지방, 피부 등을 제거해 만든다. 눈을 감아도 쌍꺼풀 라인이 진하게 보인다. ▦부분절개법: 너무 진한 라인을 피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절개해 눈을 감으면 점점으로 라인이 보인다. ▦매몰법: 눈꺼풀에 미세한 구멍을 낸 후 가는 실을 통과시켜 라인을 형성한다. 자연스럽지만 쉽게 풀린다. ▦자연유착: 눈꺼풀에 미세한 구멍을 낸 후 눈꺼풀 피부와 눈을 뜨게 하는 근육인 상안검거근을 유착시켜 스스로 라인을 구축시킨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몰법에 비해 덜 풀린다. 눈매교정술은 쌍꺼풀 수술과 일부 개념이 겹치는데, 쌍꺼풀수술이 눈을 크게 만드는 수술이라면, 눈매교정술은 눈꺼풀에 가려진 눈동자의 노출을 크게 해주는 수술이다. 일명 안검하수수술이라고 불리는 눈매교정술은 ▦눈꺼풀이 눈동자의 3분의 1 이상을 가리거나 ▦평소 졸린 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거나 ▦눈을 뜰 때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경우 해당된다.
“절개하면 너무 티 날 것 같은데, 부분 절개하면 안 될까요?” 김고은 인턴기자가 물었다. “결과가 절반밖에 안 나와요. 눈 감았을 때 보이는 흉터가 점이냐, 선이냐 이 차이인데, 예뻐지고 싶으면 완전절개하세요. 몽고주름으로 눈 앞쪽이 덮여있어서 답답해 보이니 앞트임도 해야 되고. 고은씨는 눈하고 눈썹 사이가 좁아서 쌍꺼풀 라인을 너무 높게 잡으면 안 예뻐.” 쌍꺼풀 라인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눈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눈 앞쪽과 눈꼬리를 살짝 절개해 눈을 터주는데, 요즘은 눈꼬리 하단부를 절개해 올라간 눈꼬리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밑트임도 많이 한다. “눈이 크고 시원해 보이는 데는 앞트임이 80%의 역할을 해요. 뒤트임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붙을 수도 있고, 그림자가 져서 눈매가 어두워져요. 수술 효과도 적고.”
한쪽 쌍꺼풀이 여러 겹으로 주름처럼 잡힌 ‘한가인’ 인턴기자는 자연유착법을 추천 받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매몰법이나 자연유착이 좋아요. 눈두덩에 지방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절개법을 써야 하지만 가인씨는 피부가 얇아서 괜찮아. 라인은 인-아웃(in-out)으로 할 거죠?” 잠깐 학습: 쌍꺼풀 라인의 종류. ▦인-아웃 라인: 정확한 눈머리 지점에서 시작해 상승곡선을 그리며 끝나는 라인. ▦아웃 라인: 눈머리와 눈꼬리 모두와 만나지 않고 눈 위에 무지개처럼 떠있는 라인. ▦인 라인: 눈머리에서 시작해 눈꼬리와 만나며 닫히는 라인.
“한국사람은 인-아웃이 제일 자연스럽고 예뻐요. 연예인들도 다 이걸로 하는 거야.” 한가인 인턴기자가 물었다. “한쪽 눈은 쌍꺼풀이 제대로 있는데, 두 쪽 다 해야 할까요?” “한쪽만 하면 그게 짝짝이지. 확연히 비대칭이 돼서 안돼요.” “붓기는 금방 빠질까요?” “가인씨는 붓기가 별로 없을 거예요. 어떤 수술을 해도 일주일이면 돼요. 고은씨는 비절개를 해도 붓기가 많아요. 2주 이상 잡아야 돼요. 수술법이 뭐든 지방이 많으면 무조건 붓기가 오래 가는 거예요.” 비용은 쌍꺼풀 절개가 150만원, 매몰은 100만원, 자연유착이 120만원, 앞트임 60만원이었다.
버선, 분필 거쳐 요즘 대세는 반버선코
강남 B성형외과. 베테랑 상담실장이 견적을 내기 위해 얼굴을 훑는다. “코가 너무 낮아서 오똑하게 세우고 싶은데, 요즘 어떤 모양을 주로 해요?” 김고은 인턴기자가 물었다. “버선코는 너무 인위적이라 요새 안 하고요. 여자 코를 직선코로 해놓으면 또 남성적인 느낌인 나기 때문에 요즘은 반버선코가 유행이에요. 고은씨는 얼굴이 귀염상이라 너무 세게 올리면 티가 많이 날 것 같고 자연스럽게 해야겠네요.” “그럼 실리콘을 몇 밀리나 넣어야 해요?” “수술 전에 미리 얘기해봤자 소용없어요. 열어보면 피부 두께, 연골 사이즈 때문에 다 달라져요.”
눈에 비해 복잡한 수술인 코 성형은 부작용이 제일 무섭다. “처음 코 수술하는 사람은 실리콘을 넣고요, 연골은 콧대 만들기에 적당하지가 않아요. 귀 연골은 코 끝에 넣는 거고, 늑연골은 최악의 경우 재수술할 때를 대비해 남겨두는 거죠. 처음부터 늑연골을 넣어버리면 특성상 휘어져요. 하지만 실리콘은 수술 직후 충격을 받거나 자면서 뭉개거나 하지 않는 한 평생 가요. 죽어서 같이 묻히는 거예요.”
코는 콧대를 형성하는 코뼈와 코끝이 콧구멍을 향해 벌어지는 연골인 비중역, 콧방울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서양인들은 비중역이 오므라들어 있어 코가 오똑하지만, 동양인들은 대부분 벌어져 있다고. 상담실장은 김고은 인턴기자에게 실리콘으로 전체 콧대를 높인 후 비중역의 연골을 묶어(반영구적으로) 코끝을 모아줄 것을 권했다. “피부 여유분이 많은 게 아니기 때문에 코끝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고은씨는 연골 일부를 떼서 묶어드리면 반버선코 느낌이 나올 거예요.”
살짝 매부리코인 한가인 인턴기자가 보조개 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걸 왜 해요? 본인한테 필요한 걸 하세요. 본인은 귀여운 이미지가 있고 싶으면 코를 해야 돼요. 매부리가 있잖아요. 연골이 발달해서 뼈가 울퉁불퉁 튀어나왔기 때문에 남성적이고 드센 느낌이 있어요.” “저는 콧방울도 넓은 거 같아서 날렵하게 하고 싶은데요?” “콧구멍이 큰 거예요, 그건. 코끝을 세워서 모여줘야 돼요.” “저도 반버선이 될까요?” “매부리에서 반버선까지 가는 게 쉽지가 않아요. 코끝을 엄청 올려야 되거든요. 매부리 깎고 코끝을 모아주기만 해도 아주 예쁠 거예요. 보조개를 꼭 하고 싶다면 한쪽만 하세요. 그게 자연스러워요.”
수술 대신 보형물 주사를 맞는 필러는 반대했다. “솔직히 수술이 더 예뻐요. 필러는 해도 퍼지기 때문에 좀 뭉툭하고 두꺼워 보일 수 있어요.” 수술 비용은 매부리코 교정수술이 340만원, 실리콘 삽입술이 275만원이었다. 필러는 보통 1~2㏄를 사용하는데, 국산은 1㏄당 30만~40만원, 수입은 1㏄당 50만~60만원이다. 시술 후 1년 반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보톡스로 턱을 갸름하게 만드는 건 어금니를 물었을 때 툭 불거져 나오는 저작근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근육이 아니라 뼈가 발달한 거라면 잘라내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고, 근육이 발달한 거라면 보톡스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 광대뼈는 축소술 외에도 피부를 절개한 후 옆으로 튀어나온 광대를 돌려서 앞쪽으로 자리하게 하는 회전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복면성형의가 말하는 ‘병원 잘 고르는 법’
성형수술을 받기로 했다면 가장 큰 고민은 어느 병원에서 할 것이냐다. 믿을 만한 성형외과의를 수소문해 ‘딸에게도 권할 수 있는 성형외과’는 어떤 병원인지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의사의 경험과 지식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력을 잘 살필 것“을 권했다. “어떤 의사가 뛰어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지는 사실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쉬운 대로 해당 의사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수술을 해왔는지 등을 알아보는 게 좋겠죠. 단순히 연예인이 많이 가는 곳이라거나 광고에 많이 노출된 곳이라고 해서 좋은 병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복면의사는 특히 “상담을 하면서 불필요한 이런저런 수술을 권하는 곳을 피하고, 자기에게 꼭 필요하면서 효과가 좋은 방법을 권하는 곳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수술법과 관련해서는 안면윤곽의 형태나 크기, 골격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로 잘 어울리는 수술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수술 받는 사람의 희망이 반영돼야 하지만, 의사의 판단도 중요하다. 예컨대 아주 작은 눈을 큰 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이 작은 사람이 뒤트임을 무리해서 했다가 다시 들러붙거나 흉터가 눈에 띄게 생기는 수도 있다. 눈이 작은 사람은 눈이 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와 수술 받는 분 사이에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해요.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어떤 모양인지를 잘 설명하고, 의사가 본인에게 맞겠다고 제시하는 최적의 수술법에 맞춰보는 거죠. 충분한 상담을 거듭해 최선의 모양에 합의를 이뤄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성신여대 국문과 4년)
유해린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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