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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없이 미래 없다] 테스트 비행할 곳 찾아 삼만리, 날개 못 펴는 드론 산업

입력
2016.03.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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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필 유맥에어 대표가 30일 경기도 화성 사무실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시화호 방조제 인근 지역에서 방제용 드론을 테스트 해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최종필 유맥에어 대표가 30일 경기도 화성 사무실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시화호 방조제 인근 지역에서 방제용 드론을 테스트 해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수도권에 있는 업체들도 시험 비행 한 번 할 때마다 전라남도까지 내려가란 말이냐?”

무인 항공기(드론) 개발 제작 중소기업 유맥에어의 최종필(41) 대표는 최근 정부가 전남도를 드론 산업 전략 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련 규제 등도 풀겠다며 ‘규제 프리존’을 발표한 데 대해 30일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는 “1분 1초가 아까워 일주일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언제 전남까지 가느냐”며 “시험 비행을 위해 길거리에서 허비해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도 방제용 드론(중량 11.5㎏)을 갖고 승합차를 탄 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30여분 달려 시화호 방조제가 보이는 간척지에 도착, 시험 비행을 해야 했다. 항공법의 초경량비행장치 관련 규정 상 드론은 아무데서나 날릴 수가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무게 12㎏이 넘는 드론은 전국 18개 지정 공역 이외 지역에선 지방항공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비행할 수 있다. 12㎏ 이하인 드론도 비행금지구역, 관제권, 중요시설 주변 등을 제외한 곳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사람이 있는 곳에선 드론을 날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최 대표의 지적이다. 결국 최 대표가 이 조건에 맞는 곳으로 찾아낸 곳이 간척지다. 그러나 이 곳도 12㎏ 이상인 드론은 테스트 비행을 할 수 없다. 규제 프리존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12㎏이 넘는 드론을 날리거나 야간ㆍ고고도(高高度)ㆍ장거리 시험 비행을 위해선 전남도까지 가야 할 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론이 초고속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싶어도 각종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드론 관련 규제를 혁파할 것을 지시하고 일부 규제가 풀리긴 했지만 현장에선 생색내기 규제 개혁으로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크다.

세계 드론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미미하다. 항공우주무기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40억달러에 달했고 2024년에는 147억달러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드론 시장 규모는 1.5억 달러에 그쳤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12년 국가별 드론 관련 기술 수준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미국 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84로, 중국 등과 함께 세계 7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에 한참 뒤쳐졌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다장촹신(DJI)의 시장 점유율은 7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드론 변속기, 조종기, 원격조정(RC)장치 등 주요 부품 및 자재 생산도 우리나라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드론 동호인 등 7,5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국모형항공협회의 김항식 사무국장은 “상용화한 드론과 부품을 제조하는 국내 업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국내 기업체나 동호인도 대부분 다장촹신 등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드론 산업이 낙후된 원인으로 현장에선 엄격한 비행 구역 제한과 낡은 주파수 규정 등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가 보안, 안전 등을 이유로 ‘예방적’ 규제에 방점을 둔 탓에 드론 산업과 드론의 기초인 원격조정 분야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드론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드론 동호인이 드론을 날리기가 쉬워야만 한다. 그러나 서울 등 도시에선 기본적으로 드론을 날리는 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최소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야 합법적으로 드론을 날릴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다. 드론 동호인 최상억(46)씨는 “울산이나 밀양까지 내려간 일도 있다”고 말했다.

드론에 사용되는 무선통신 규제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무선 통신이 북한과의 통신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우려, 정부가 전파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산업, 의료, 과학 분야에서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주파수 대역으로 2.4기가헤르츠(㎓)와 5.8㎓를 정해, 드론에도 이 주파수를 이용하도록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두 주파수 대역을 근거리 무선통신망(LAN)으로 배정, 1㎒ 당 10밀리와트(㎽) 이하의 전파만 내보낼 수 있다. 드론 업계와 동호인들은 “전파출력이 약하면 드론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 지난해 12월 ‘항공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을 개정해 5.03㎓~5.091㎓ 주파수 대역을 드론 지상제어 전용으로 할당하고, 드론의 출력도 최대 10W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 기준과는 안 맞는다. 조중열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장은 “시중 유통되는 드론 대부분이 주파수 2.4㎓나 5.8㎓를 사용하는 중국제이고, 가장 유명한 드론용 무선조종기도 2.4㎓를 사용하는 일본산”이라며 “한국만의 독자적인 기준을 고집한다면 국내외 호환성 문제로 좁은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할 때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주파수 5.03㎓~5.091㎓ 대역은 ITU가 드론 지상 제어용으로 새로 할당해 아직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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