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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규제 완화 ‘엇박자’… 보험료만 올렸다

입력
2016.04.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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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눈치 보던 보험사들

“손해율 낮추려 불가피” 줄인상

전문가들 “올해말 손해율 안정땐

가격ㆍ구조 다양한 상품 나올 것”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달 A사의 실손의료보험 갱신 통지서를 받고 숫자가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1만350원이던 월 보험료가 1만2,000원으로 16%나 올랐기 때문이다. 퇴직 후를 대비해 지난해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이 10%에서 20%로 오르기 전, 가장 저렴한 보험에 가입했던 김씨는 요즘 보험을 해약할 지 고민 중이다. 김씨는 “한 달에 커피 두 잔 값이라는 생각에 가입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계속 오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줄줄이 오르면서, 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높은 손해율 등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보험가격 규제 대폭 완화’ 방침이 보험료 인상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보험료 인상에 앞서 보험사들의 자구노력과 당국의 적절한 감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줄이 오르는 보험료, 왜?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년보다 보험료 인상폭이 가장 큰 것은 실손의료보험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 들어 실손보험료를 20.1~27.3%씩 인상했다. 이는 작년 인상폭(15.9~20.8%)보다 30% 가량 높은 수치다. 2014년 인상률은 0~0.7%에 그쳤다.

여기에 자동차보험료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2~8%씩 올랐다. 주요 생명보험사들도 저금리의 영향으로 예정이율(예상수익률)을 이달부터 0.25%포인트씩 내리면서 신규 가입자의 보장성보험료를 5~10%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보험사들은 손해율(수입 보험료 중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09.9%(2011년)에서 지난해 상반기 124.2%로, 자동차보험 역시 같은 기간 82.3%에서 88%까지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예년보다 큰 보험료 인상의 이면에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선언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산정 요인 중 하나인 위험률(보험사고 발생확률) 조정한도(±25%)를 폐지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올해 이를 ±30%로 완화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가 그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를 맘껏 올리지 못했던 보험사에게 ‘용기’를 줬다는 것이다.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의 인상은 기존 가입자들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감도가 높다. 특히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보니 보험료 인상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 동안은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사업비를 인하해 보험료 인상을 막을 여력이 없는 지 구두 지도를 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작년 규제 완화 이후 이런 것들이 그림자 규제로 인식되면서 일일이 감독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보험사들이 지금까지 못 올린 인상분을 동시에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 통한 보험료 인하는 언제쯤?

보험사들이 경영 악화를 모두 소비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손해율 악화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애초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를 싸게 책정해 자초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 받아 실손보험료를 무려 44.8%를 인상한 흥국화재가 대표적이다. 흥국화재 측은 똑같은 보장 조건에도 보험료를 워낙 싸게 책정해 불거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흥국화재의 작년 실손보험 손해율(153.1%)로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쯤 각 사의 손해율이 안정되면 다양한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료 인상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인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예정이율이 떨어지더라도 보험상품 개조를 통해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품 개발을 하고 있다”며 “올해 말쯤에는 가격과 구조가 더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료 인상 외에도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심사를 강화 한다든지 보험계약자의 자기부담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험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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