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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책 얘기하는 게 그저 좋았을 따름”

입력
2016.05.3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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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 북티크에서 진행 중인 심야독서모임. 아무 조건도 없다. 누군가 옆에서 묵묵하게 읽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됐다.
서울 논현동 북티크에서 진행 중인 심야독서모임. 아무 조건도 없다. 누군가 옆에서 묵묵하게 읽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됐다.

지난해 6월 17일 첫 회를 시작으로 격주간 연재되어온 ‘책, 공동체를 꿈꾸다’가 찾은 곳은 모두 24곳의 독서모임이었다. 현지 취재와 집필을 맡았던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의 표현대로 함께 모여 책을 읽는다는 건 그냥 책을 읽는다는 것과 달리 감성을 나누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래서 1회 제주의 ‘남원북클럽’은 귀농한 이들과 제주 현지 주민들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한데 잘 어울릴 수 있게 됐는지를 보여줬다. 다른 곳도 비슷했다. 16회 ‘독서클럽창원’, 18회 순천 ‘부꾸부꾸’, 24회 나주 한전KDN향추회처럼 낯선 외지에서 살아가게 된 이들이 어떻게 모임을 만들고 그 곳에 정을 붙이는 지를 보여줬다. 독서공동체는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가장 좋은 역할을 맡았다. 대도시라 해도 비슷한 현상은 있다. 23회에 소개된 서울 논현동 ‘북티크’에서 열리는 ‘심야독서모임’이 대표적이다. ‘책의 시베리아’라는 강남에서 오직 책 읽기 하나만의 목적으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든 장소가 독서공동체다.

감각적인 작명법도 눈길을 끌었다. 같은 고교 선생님들끼리 만든 경기 부천의 ‘언니북’은 ‘책 읽는 언니’라는 뜻도 되고 ‘오직(Only) 책만 본다’는 의미도 된다. 책을 통해 세상과 통하고 싶다는 전주의 ‘북세통(Book世通)’도 있었다. 17회 강원 홍천여고 독서동아리는 여고생들 모임답게 소모임 이름도 ‘나이끼’, ‘베리’ 처럼 통통 튄다.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모임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모임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남을 가르치려다 오히려 자기가 배우게 되는 반전도 독서공동체의 묘미다. 8회 원주의 ‘그림책연구회’, 11회 서울 상계동의 ‘상경다락방 모임’, 14회 인천 ‘얘기보따리’ 등은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줄까 고민하던 것이 그만 학부모들의 책읽기 모임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독서 스펙’이라도 쌓아주려고 한남대 교수들이 시작한 대전의 ‘백북스’ 역시 교수들에게 되레 “전문서에서 벗어난 책의 재미”를 알게 해줬다.

독서공동체는 단지 책만 읽는 건 아니다. 서울 합정동 청춘독서모임 회원들의 책과 관련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독서공동체는 단지 책만 읽는 건 아니다. 서울 합정동 청춘독서모임 회원들의 책과 관련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물론 의지적인 모임도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모임인 서울 성균관대 앞 풀무질서점 책모임(10회), 문인들이 중심이 된 청주의 ‘북클럽체홉’(12회), 생협 회원들의 주축이 된 서울 관악구 보라매독서동아리(20회) 등의 대표적이다. 전문적 독서 모임도 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리더스포럼’(15회)은 미래 경영이라는 화두에 집중했고, ‘과학독서아카데미’(19회)는 이름 그대로 책 가운데서도 전문적인 과학서적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이들이 털어놓은 공통적 경험을 꼽아보자면, 무엇보다 ‘말하기보다 듣기’다. 책으로 세상을, 너를, 나를 이해하는 게 목적이기에 자기 주장보다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잘 듣는게 가장 우선시될 수 밖에 없다. 해서 3회에 소개된 충남 홍성 홍동의 ‘할머니독서모임’의 한 할머니의 수줍은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감명 깊었던 부분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게 그저 좋았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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