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4년 집권 이후 무슬림형제단을 숙청한 뒤 타깃을 비정부기구(NGO) 시민사회단체로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NGO 활동가들은 “누군가는 계속 문제를 알려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있다. 흡사 1980년 대한민국 광주 같았다.
지난달 17일 카이로 도심의 ‘엘나딤센터’에서 만난 아이다 세이프 엘다울라 소장은 이집트 인권 상황을 고발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엘나딤센터는 고문과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시민단체로 엘다울라 소장은 아인샴스 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다.
엘나딤센터는 지난 2월 ‘불법 NGO 활동을 중지하라’는 정부의 폐쇄명령을 묵살했다. 엘다울라 소장은 대신 의료기관 허가증을 흔들며 “우리는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강제로 끌어내던가 소송을 제기하라”고 맞섰다. 당시 미국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정부 탄압에 맞선 엘나딤센터의 외로운 투쟁을 앞다퉈 보도했다. 엘다울라 소장은 “정부가 폐쇄 방침을 발표한 뒤에도 고문을 당하거나 감옥에 끌려간 자녀를 둔 피해자들은 계속 문을 두드렸고 직원들도 누구 하나 흔들림이 없다”며 “우리는 감동적일 정도의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이집트자유와권리위원회(ECRF)’도 반정부 인권단체다. 카이로 도심 ECRF 본부에는 ‘미디어전략연구소’라는 엉뚱한 문패가 걸려 있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모하메드 로프티(38) 사무국장은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인권운동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처럼 위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를 모의하던 아흐메드 압달라 ECRF 대표는 수감 중이라 만날 수가 없었다.
로프티 사무국장은 의외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도 군부와 독재의 경험이 있고 민주화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기에 걸렸다”며 “우리도 투쟁을 계속 하다 보면 20~30년 후에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 도달하지 않겠느냐”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카이로(이집트)=글ㆍ사진 정지용 기자, 위은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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