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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칼럼] 브렉시트와 포퓰리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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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칼럼] 브렉시트와 포퓰리즘 정치

입력
2016.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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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칼럼] 브렉시트와 포퓰리즘 정치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KU-KIEP-SBS EU센터 소장)

영국 국민투표는 무책임 정치의 결과물

그렉시트 논의도 그리스에 상처만 안겨

여ㆍ야ㆍ정 협치로 산적한 과제 풀어야

지난 5년 간 유럽 정치와 경제는 수많은 도전을 겪어 왔다. 아직 불씨가 남은 유로존 재정위기, ‘아랍의 봄’에 따른 난민의 대거 유입, 이런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한 극우세력의 발호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게 지난 60여 년 동안 유럽이 이룬 지역통합의 성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정책과제가 돼 왔다. 그런데 이런 과제를 둘러싸고 최근 유럽에서 나타난 포퓰리즘의 기세가 심상찮아,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우선 내일로 다가온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좋은 예다. 필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포퓰리즘 정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무책임 정치의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2015년 총선에서 이길 경우 영국이 과연 유럽연합(EU)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묻겠다”고 한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현재 영국총리)의 2013년 선거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안팎의 다양한 요인으로 열세에 처했던 선거판을 뒤집기 위해 던진 국민투표 약속이 이제는 영국의 국론분열을 부채질하고, 급기야 EU 잔류를 주장하던 야당 의원의 피살로까지 이어졌다. 선거 승리 이후 자신의 선거공약이 잘못되었음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과감하게 거두어 들이지 못한 채 국민투표를 강행하고자 한 정치적 결정은 그 부작용이 너무나 컸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매년 출연하는 13~14조원 정도의 순재정 기여는 런던이 유럽 금융허브로 발전해 대규모 FDI 자금을 유치하는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혜택을 영국에 가져다 주었다.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된 브렉시트 논의는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일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의 혼란, 중장기적으로는 영국경제의 주변화가 명약관화하다. EU에 잔류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동안의 국론 분열과 혼란은 누가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

앞서 그렉시트 논의도 포퓰리즘 정치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2010년 시작한 유로존 재정위기는 그리스를 거쳐 유로존 전체로 파급되는 경로를 거쳤다. 유럽통합의 과정에서 성취된 유럽 금융시장의 심화된 통합이 전염 경로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유로존 전체 GDP의 2%도 안 되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작용한 또 다른 이유는 거의 운명공동체로 발전한 EU가 어려움을 겪는 작은 회원국을 못 본 척할 수 없다는 결속ㆍ연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는 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여 마치 그리스가 유로존과 EU를 압박해 그리스 경제의 회복, 나아가 높은 복지수준을 책임지기라도 할 듯이 국민을 선동해 선거에서 이겼다. 국민 지지를 업고 채권국을 압박하는 벼랑 끝 협상 전략을 펼쳤으나,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것, 즉 그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독일 등 채권국의 강한 대응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치프라스를 선택한 그리스 국민은 굴욕감을 맛보아야 했고, 유로존에는 깊은 골이 패였다. 부국과 빈국 사이에 생겨난 이 간극이 쉽사리 메워지지는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하는 국회’, ‘책임지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더 없이 높다. 한편으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출활력의 약화, 가계부채의 지속적 확대에 따른 금융권의 건전성 우려, 청년실업의 증가가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의 확산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더 이상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대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과 효율적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여ㆍ야ㆍ정 사이의 ‘협치’가 뉴노멀이 되는, 그런 정치의 모습을 하루 속히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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