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독일 꺾고 결승 진출
홈팬 응원 업고 3회 우승 도전
도박사들 佛 승리 예측에도
포르투갈 달콤한 반전 노려
그리즈만 ‘마의 5골’ 넘어 6골
호날두는 유로 통산 9골 행진
골든부트 놓고 자존심 대결도
‘1%의 기적을 쏘다.’
2004년 7월 5일(한국시간) 유로 결승이 끝난 뒤 언론들은 앞 다퉈 그리스의 ‘반란’을 집중 보도했다. 개최국 포르투갈이 유로 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할 거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포르투갈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44)와 19세의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워 첫 정상 등극 꿈에 들떴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스의 1-0 승. 아테네의 영웅들이 앙리 들로네(유로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동안 포르투갈 팬들은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12년이 지나 포르투갈이 또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았다.
포르투갈의 유로 2016 결승 파트너는 프랑스로 결정됐다. 프랑스는 8일 준결승에서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골을 앞세워 독일을 2-0으로 눌렀다. 독일은 볼 점유율에서 65%대 35%로 크게 앞서고도 스스로 자멸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2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이없는 핸드볼 반칙으로 선제골을 허용한 뒤 두 번째 실점도 수비 실수로 내줬다. 두 팀의 결승은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다.
공교롭게 12년 전과 정반대 상황이다.
유럽 현지에서는 프랑스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기록을 보면 프랑스는 5승1무(13득 4실), 포르투갈은 2승4무(8득 5실)로 비교가 안 된다. 역대 전적도 18승1무5패로 프랑스가 훨씬 앞선다. 특히 1978년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10차례 맞대결에서 프랑스가 모두 이겼다. 프랑스는 ‘16년 주기설’도 내심 믿는다. 자국에서 열린 1984년 대회 이후 16년이 흘러 2000년 정상에 올랐는데 이번 대회도 꼭 16년 만이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큰 힘이다. 프랑스가 우승하면 스페인(1964 2008 2012), 독일(1972 1980 1996)과 함께 유로 3회 우승의 반열에 오른다.
유럽 베팅 업체(90분 기준)는 프랑스의 승리를 19대20, 무승부를 2대1, 포르투갈 승리를 7대2로 점쳤다. 프랑스 우승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2004년 자신들이 당한 것처럼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홈팀을 거꾸러뜨리는 달콤한 반전을 꿈꾸고 있다.
호날두와 그리즈만의 골잡이 대결도 흥미롭다.
그리즈만은 이번 대회 6골로 32년 만에 ‘마의 5골’ 고지를 돌파했다. 유로에서는 1984년 득점왕 미셸 플라티니(61ㆍ프랑스ㆍ9골) 이후 최고 득점자가 5골을 넘은 적이 없다. 그리즈만은 플라티니 이후 처음으로 조국에 앙리 들로네와 골든부트(득점왕)을 동시에 안기겠다는 각오다. 호날두는 유로 2004(2골), 2008(1골), 2012(3골), 2016(3골) 등 유로에서만 9골을 기록 중이다. 결승에서 1골을 추가하면 플라티니를 넘어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한다.
12년 전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친 뒤 서럽게 울었던 호날두는 “이제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리즈만도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결승에서 이겨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두 골잡이는 지난 5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한 차례 격돌한 적이 있다.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5-3으로 이겨 호날두가 판정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그리즈만은 레알 마드리드와 결승에서 후반 2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 해 고개를 떨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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