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어디까지 봤니 <9>
1972년 뮌헨 올림픽은 대회가 진행 중이던 9월 5일,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원 11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올림픽 역사에 오점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로 인해 1976년 대회를 준비하는 몬트리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당초 예상 비용보다 휠씬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다. 상당한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올림픽을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아프리카 22개국이 대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친선 경기를 치르면서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던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몬트리올 올림픽은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성화를 아테네에서 캐나다 오타와로 옮길 때 비행기 대신 인공위성으로 재점화하는 신기술을 채택했다. 또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두 명이 함께 성화를 점화하는 장면도 선보였다. 영국계 육상선수 산드라 핸더슨과 프랑스계 육상선수 스테판 프레퐁텐이 함께 성화를 점화한 것. 캐나다의 주류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영국계와 프랑스계 주민을 아우르는 것이 조직위의 의도였다.
대회 내내 기억할 만한 장면은 많이 나왔다. 농구와 조정, 핸드볼의 여자 종목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버뮤다의 복서 클라런스 힐이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버뮤다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나라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로 기록됐다. 루마니아의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가 10점 만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건 역사적인 장면 또한 이 대회에서 나왔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 금메달리스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헝가리의 네메트 미클로시가 창던지기 종목에서 94.58m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클로시는 1948년 런던 올림픽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였던 아버지 네메트 임레의 뒤를 이으면서 최초의 부자 금메달리스트로 올림픽 역사에 기록됐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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