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 기획한 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마지막 순서인 여야 3당 초청 토론회가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여의도연구원장)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채이배 국민의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참석했으며, 김원식 건국대 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패널로 자리를 함께 했다. 2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여야 의원들과 교수들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및 경제민주화, 노동개혁, 서비스산업육성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김종석 기조발제] "저성장의 덫, 노동·규제·구조 개혁이 해법"
실업, 양극화, 가계부채, 복지재정, 국가부채 등 전부 위기다. 이들 문제의 뿌리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이다. 2000년대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강 일변도다. 1988년 잠재성장률 8%가 정점이었다. 이 추세가 20년간 지속되면 ‘0’에 수렴하게 된다. 성장엔진이 꺼지고, 일본형 장기불황에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정부나 이명박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한 나라의 성장잠재력은 노동 투입량, 양질의 자본, 효과적 경제 운영의 세 덩어리로 결정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 투입량이 줄었다. 기업환경이 악화돼 투자와 기술개발을 꺼린다. 그렇게 투입 자본의 양이 줄었고 질이 떨어졌다. 게다가 자본ㆍ노동이 효과적ㆍ생산적으로 투입되지도 않았다. 덫에 걸린 저성장의 배경이다. 하지만 처방도 나와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이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고용제도도 경직돼 있다는 것이 문제를 더 악화하고 있다. 일거리가 늘어나면 기업이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 더 부려먹는다. 재택근무 등 고용형태의 다양성을 열어야 한다. 노동개혁이다. 일자리 늘리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줄이고, 비정규직이 대우 받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을 규제하고 투자욕구를 꺾으니 성장률이 떨어진다.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규제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고 법인세 인상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 생산성은 개인ㆍ기업ㆍ국가의 투입 대비 산출이다. 과거엔 제한된 인ㆍ물적 자원을 경제외적인 논리로 생산성이 낮은 곳에 우선적으로 투입했다. 이제는 개방과 경쟁이 답이다. 낙오된 부분을 구조조정해 효과적인 부분으로 자원을 이동시켜야 한다. 부실기업의 연명과 확산이 성장력을 떨어뜨린 주된 요인이다. 작년에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유다. 각종 실업과 경기침체,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추경이 이 시점에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야당의 협조를 기대한다. 정치권의 합의와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
[최운열 기조발제] "낙수효과 끝나…경제민주화로 내수 확대를"
한국경제는 지금 순환기적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정권 별 경제성장률을 보면 김대중(DJ)정부는 5.2%였고 노무현 정부는 4.5%, 경제 전문가라는 이명박(MB)정부는 3.2%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경제 성장률이 2.8% 내외다. 이런 차이는 성장의 방법론 때문에 나타난다. MB정부나 박근혜정부는 1970~80년대 경제성장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다 보니 부작용만 있고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90년대 말까지는 낙수효과가 실제로 나타났지만, 최근엔 경제성장률이 3%라면 가계소득은 고작 1%, 기업소득은 7% 늘어난다. 이렇듯 낙수효과가 없어졌고, 저출산 고령화 등 새로운 환경에서 과거의 성장 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 정책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고용 활성화다. 그런데 기업은 왜 투자하지 않는가? 내수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 국민들이 쓸 돈이 없어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국민 소득향상으로 인한 소비와 내수확대가 뒷받침 되지 않는 성장담론은 구호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경제민주화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기회의 평등’을 주자는 것이다.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숫자가 700만명인데, 이들의 월 소득은 15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소득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 통한 내수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관계에서도 적정 이윤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중소기업 경쟁력이 곧 대기업의 경쟁력이다. 대기업을 위해서라도 불공정 거래관행은 바꿔야 한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 하다. 정부ㆍ여당은 노동 유연성만 강조해 근로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고 야당은 고용 안정성만 강조하다 보니 기업이 동의할 수 없다. ‘임금의 구조개혁’이란 말이 있다. 기업의 고용을 늘리려면 임금 비중은 지금처럼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존 근로자들이 임금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 임금의 구조개혁에 대한 타협을 통해서 기업도 살고 새로운 노동도 창출된다. 법인세의 경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감세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많다. 증세가 아니라도 MB가 폈던 감세 정책을 원상으로라도 회복해야 한다.
[채이배 기조발제] "임금·기업·고용 3대 불평등부터 해결해야"
여야를 떠나 한국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는 불평등ㆍ불공정ㆍ양극화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임금 불평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5%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국민 총소득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 17%에서 2014년 25%로 늘었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은행에 저축한 돈을 빌려 기업이 투자를 했다면, 지금은 기업이 저축한 돈이 가계의 부채가 돼 생활비로 쓰인다. 기업과 가계라는 생산주체 간 역할이 바뀐 상황이다.
다음은 ‘기업 불평등’이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당기 순이익의 60% 정도를 100대 기업이 가져간다. 그런데 고용을 보면 중소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불평등’ 역시 임금격차를 가져온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근속연수는 13.4년이지만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는 2.3년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매우 심각한 것이다. 또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상태에 빠져 있다.
결론적으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고 여기에 고용 불평등이 합쳐져 임금 불평등을 낳았다. 불평등이 저성장이 아니라 대기업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행위들을 개선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로 인해 내수가 증가되고 기업의 활력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신성장 산업을 찾아야 한다. 현재 정부가 창업이나 벤처 확산을 위해 대기업과 같이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었지만 막상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투자한 대기업에 귀속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혁신적인 창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길게 보면 신성장 산업은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나와야 한다. 국민의당에서는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정책 및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또 창업과 벤처에 있어서도 국가 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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