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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미국 대선과 경제 불확실성

입력
2016.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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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오픈 일렉션’의 경제 악영향은 분명해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의회협조도 난망

대선 다음날 美 증시 동향에 주목해야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세계경제엔 이미 수많은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한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 글로벌 증시의 조정 전망,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등이다. 그러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는 11월8일의 미국 대선이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더하다. 이른바 ‘오픈 일렉션(open election)’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향은 증시에서도 확인된다. 1928년 이래 대선이 있는 해의 미국 증시는 평균 7% 올랐으나 대선이 오픈 일렉션으로 치러질 때는 평균 4% 하락했다. 이번 대선은 이에 더해 또 하나의 중요한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는 후보라는 점이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직설적 화법을 좋아하는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제적으로 보면 클린턴은 재정의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 트럼프도 세금을 줄이고 지출을 더 늘리는 공급 중시정책을 천명해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두 후보 중 누가 되도 향후 10년간 가뜩이나 많은 국가채무를 더 늘리게 될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보면 클린턴은 향후 5년 간 인터넷을 포함한 인프라에 2,7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또 특정 소득계층에 대한 대학 무상교육과 모든 사회복지프로그램 지출을 늘릴 것을 약속했다.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통해 해당 재정을 충당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추가 필요 예산을 증세로만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많지 않다는 현실이 문제다. 당연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 역시 멕시코 국경 장벽을 포함해 인프라 투자 확대, 빈곤층에 대한 헬스케어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과 기업 모두에 대한 감세까지 공약한 상태다. 그는 정부 예산집행의 효율화와 경기 진작에 따른 세수 증대분으로 필요 예산을 충당한다는 막연한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확실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 갤럽조사에서는 대선 후 경기 후퇴와 금융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로 소비 대신 저축에 신경을 쓰는 응답자들이 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안전자산 회귀 현상으로 이미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국채 금리는 하락(가격 상승)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금값 역시 크게 오르고 있다.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약만큼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 미국 정부부채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세제나 재정지출 등 두 대선 후보들의 공약 대부분은 의회나 세계무역기구(WTO)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의회 상황은 두 후보 누구에게도 만만하지 않다. 더욱이 미국 유권자들은 상하 양원 주도권을 정당 별로 나눠주는 데 익숙하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한다면, 하원의 주도권은 공화당에 주는 식이다. 이런 상황 역시 공약 사항 실천을 위한 차기 대통령의 법 개정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많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미국인들은 앞으로 4년 간 의 경제와 증시를 어떻게 전망할까. 그 어려움을 풀어줄 만한 흥미로운 학술연구가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증시의 경우, 대선 다음날 증시 상황이 향후 4년 간 증시의 움직임을 잘 예고한다고 한다.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 이 연구는 대선 다음날 증시 상황과 이후 4년 간 증시 향방엔 65%의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불확실성이 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향후 4년 간 미국 경제가 어디로 갈지 점치려면 대선 다음날 미국 증시를 지켜보기 바란다. 만약 증시가 긍정적으로 가면 미래의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다면 주의하기 바란다. 경제든 금융시장이든 험난한 미래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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