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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라(ZARA) 청바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입력
2016.10.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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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성찰은 지구를 위한 한줌의 노력이다. 게티이미지 뱅크
옷에 대한 성찰은 지구를 위한 한줌의 노력이다. 게티이미지 뱅크

패션은 한 사회의 특정시점에 허락된 웨어러블(Wearable), 즉 ‘입을 수 있는 것’의 개념과 철학, 아름다움의 조건을 묻는다. ‘입을 수 있는’ 이란 말에는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의 문제도 포함한다. 즉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입어야 하는가?’의 문제도 다루는 것이다. 웨어러블의 역사는 그러므로 ‘입어야 할 것’들을 위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우리는 패스트 패션을 통해 유행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저렴한 옷을 갖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발생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3%의 면화 경작을 위해 호수가 하루에 하나씩 없어진다. 중국에서 제작된 데님이 영국시장으로 유통되는데 드는 비용은 단돈 400원이지만, 컨테이너를 통해 건너오면서 발산하는 환경오염 유발 비용은 원가에 들어가지 않은 채 사회에 전가된다. 거대 패션 산업은 자신들이 발생시킨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메우지 않았다.

전 지구적 생태를 생각하며, 패션 산업 전반의 생산 과정을 되돌아보려는 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에선 패션 레벌루션(Fashion Revolution)이란 비영리단체가 결성된다. 이 단체는 현재 패션계에 묵직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체가 결성된 것은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지역의 한 대형 의류공장이 무너지는 사건 때문이었다. 우리가 싸게 사 입는 SPA 의류 브랜드 옷이 제조되는 그곳에서, 건물이 무너져 1,134명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의 의류 관련 노동자들이 크게 다쳤다. 그 공장에선 우리가 빈티지 느낌이 난다고 좋아하는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모래를 분사해 표면 처리를 하는 샌드 블래스팅 방식 때문에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들이 쓰러져갔다. 샌드 블래스팅 방식은 과정 상의 위험 때문에 이미 선진국에선 불법으로 규정된 지 오래였지만, 제3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이런 규정은 통용되지 않았다.

이 사고 이후 사람들은 매년 4월 24이 되면 ‘누가 이 옷을 만들었는가(#whomadethisclothes)‘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사람들에게 캠페인의 동참을 요구한다. 올해만 해도 92개국의 소비자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은 옷을 살 때, 그 옷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노동환경에서 제작된 옷인지, 따져 묻기 시작했다. 친환경, 노동조건에 대한 반성, 옷의 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호르몬의 문제, 재활용을 통한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문제까지, 사람들은 이제 한 벌의 옷을 둘러싼 전 과정을 성찰하기 시작했다.

최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자라는 지속가능성 패션의 개념을 염두에 둔 라인을 발표했다. 그 이름은 ‘Join Life’, 생명에 동참하세요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여성을 포용하기 위한 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H&M은 환경과 패션의 조화를 고려한 ‘Conscious’ 컬렉션을, Forever 21조차 유기농 면으로 만든 레깅스를 내놓았다. 자라ZARA는 이번 라인에서 재활용한 울과 유기농 면을 이용했고, 남성복 라인을 위해 나무의 펄프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인 텐셀을 이용했다. 광물질의 색조를 띤 색채 팔레트를 적용하여 인간의 대지인 지구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지난주 끝난 2017년 S/S 서울 패션위크에선 최초로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소설패션 디자이너 네트워크의 런웨이가 진행되었다. 한국 최초로 사회적 패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패션과 윤리를 함께 묶어 생각하는 움직임은 지금껏 좀처럼 동력을 얻기 힘들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듯‘ 우리가 매일 소비하고 입는 옷에 대한 성찰은 패션과 전 지구의 생태적 조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줌의 노력이다. 옷을 둘러싼 올바름에 대한 좌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한 벌의 옷이 우리의 상처 받은 대지를 기우는 행복한 바느질이 되기를 소망하며.

김홍기 패션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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