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놓고 유럽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민자들의 유럽행을 용인할 것을 시사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정지하기로 결의한 지 하루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의 결의에 대해 “유럽이 지금보다 더 터키를 압박할 경우 국경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나나 우리 민족은 유럽의 무력한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EU 회원국 전체가 유럽의회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24일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일시 중지하라는 비강제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는 쿠데타 진압 이후 보이는 터키 정부의 과잉 대응을 이유로 유럽위원회와 각국 정부가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중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EU와 터키가 지난해 11월 타결한 난민-EU가입 교환 협상이다. 당시 터키는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대신 EU가 터키의 가입 절차에 박차를 가하도록 합의했다. 올해 4월부터 터키에서 그리스 등지로 넘어가는 난민은 강제 송환 조치되고 있다. 현재 터키는 시리아인 270만명과 이라크인 30만명 등 300만명에 이르는 난민을 수용 중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오스트리아는 협상 중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은 유럽으로 넘어오는 이민지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단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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