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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 4월 경제위기의 실체

입력
2017.02.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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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대형 악재를 만나 부도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부채증가율, 제조업가동률, 청년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이미 과거의 외환위기 수준 이상으로 악화했다. 실로 큰 문제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총 규모가 1,300조원을 넘었다. 가구당 평균 7,000만원에 달해 언제 부도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 여기에 상장기업 가운데 3년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8분의 1이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북한 핵도발, 정국혼란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 외국자본이 대거 유출, 금융시장이 정상적 기능을 잃는다. 그러면 기업부문과 가계부문이 함께 무너지는 동반부도의 화를 입는다. 사실상 제2의 외환위기다.

그렇다면 4월 경제위기가 정말 현실화할 것인가? 일단 경제가 별안간 부도상태에 처해 실업자를 쏟아내고 가계의 연쇄파산을 낳는 외환위기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우리는 경상수지 흑자국가로서 3,7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더구나 지난 2년간 감소세에 허덕이던 수출이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1,100억 달러 규모로 외환보유액의 30%도 안 된다. 외채상환능력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경제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경제는 내면적으로 주력산업이 무너지는 구조적 불안을 겪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의 숨을 막는 대형 악재들이 잇달아 터질 경우 아예 산업기반이 와해하는 근본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오는 4월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해 10월에 발표한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가 302억 달러로서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인 200억 달러의 1.5배가 넘는다. 더욱 큰 우려는 안보불안이다. 3월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서 사상최대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이때 미국이 선제공격 등 무력행사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비상상태가 된다. 그러면 외국자본이 집단적으로 이탈하여 경제를 상상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뜨린다.

우리나라 대표적 조선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부도위험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의 올해 안 만기도래가 4월에 4,400억원, 7월에 3,000억원, 11월에 2,000억원 등 총 9,400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해 5,2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극도로 부실하다. 따라서 회사채 상환능력이 부족하여 4월부터 부도의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 최근 한진해운이 파산하며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대우조선해양이 쓰러지면 우리나라 조선업이 추락할 위험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도가 해운, 조선 등의 순서로 주력산업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리는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

4월 경제위기의 최대 변수는 정국불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3월 중에 판가름 난다. 어떤 결과이든 4월에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세력과 탄핵을 반대하고 정권유지를 원하는 여권세력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가 상호배타적 정치싸움판으로 변하고 국정이 혼돈상태에 빠질 경우 안 그래도 부실한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주저앉을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과 정부 각 부처는 국민의 생존기반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국정의 중심을 잡고 경제외교 강화, 안보불안 해소, 기업구조조정 등 위기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선 주자들은 적대적 진영싸움을 멈추고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동시에 정책선거에 주력하여 경제를 살리는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그리하여 정치불안이 사회를 파괴하고 경제를 쓰러뜨리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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