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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함께 산다는 일

입력
2017.03.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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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S는 시장에서 머릿고기를 잔뜩 사왔다. 우리는 S가 사오는 머릿고기를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H는 오뎅탕을 끓였다. 물떡과 곤약도 넣고 표고버섯도 넣은 오뎅탕이 하도 맛있어 우리는 두 냄비를 홀랑 비웠다. K는 한우 스테이크를 석 장이나 가져왔고 돼지갈비도 챙겨왔다. 나도 냉장고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무얼 가져가지.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삼겹살을 꺼내고 딸기 한 바구니를 손에 들었다. 전날 배달을 시켰지만 날갯살 두어 개만 발라먹고 남긴 치킨 박스도 들었다. “교촌치킨은 식은 게 더 맛있어.” 친구들은 나무라지도 않고 식은 치킨을 먹어 치웠다. H는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고 김치찌개도 끓였지만 그마저도 모자라 S가 화덕피자도 두 판을 사왔다. 입주민 센터 직원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 친구들끼리 여기에 모여 사는 거예요? 남편들 직장도 다 가까운가 봐요?” 나는 말간 얼굴로 대답했다. “친구들은 다 싱글이에요.” 친구들은 내 딸을 예뻐해 주고 우리는 가끔 놀러오는 H의 조카들을 예뻐한다. 출근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나는 종종 그녀들의 택배를 받아주기도 하고 엄마들이 보내준 반찬을 나눠먹고 긴 밤이 심심하면 아무 때나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어제처럼 먹을 것들을 잔뜩 싸들고 와 파티를 벌이기도 하는 거다. 아기와 놀이터에서 뛰다 보면 창 밖으로 쳐다보던 H가 내려와 아기와 놀아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 밖에 할 줄 모르던 아기가 이제 새로 배운 단어는 그래서 ‘이모’다. 내가 고마워하면 “나중에 네 딸이 우리한테도 효도하겠지.” 한다. “그럴 리가!” 하면서도 우리는 마냥 웃는다. 며칠 후면 K가 여행을 가는데 그럼 그 집 강아지 밥 주러 내가 가야 한다. 괜찮다. 마냥 좋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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