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비서실 완전 개방”
이재명 “靑에 촛불혁명기념관”
안철수 “靑, 소통 가능 공간으로”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구중궁궐’ 청와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앞다퉈 문턱 낮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불거진 난맥상을 반면교사 삼아 청와대라는 공간과 시설 자체에 대한 개혁뿐 아니라 비서실 및 경호실 등 조직개편에 대한 공약까지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서울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남은 공간을 활용해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지금의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 관저는 청와대에 그대로 둘 가능성이 크지만, 관저 근무 없이 매일 아침 정부청사 집무실로 향하는 ‘출퇴근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분 단위로 공개, 국민의 감시를 자처하는 것도 문 전 대표의 대표 공약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청와대 직속 대통령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경호국으로 전환시켜 경호를 맡기겠다고도 했다. 비대화 된 청와대 조직의 ‘군살’을 빼는 차원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민주당)와 남경필 경기지사(바른정당)는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공동 공약을 내놨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권력의 중앙집중이 적폐를 낳았다는 주장으로, 국회ㆍ대법원 등 주요 헌법 기관도 함께 이전해 권력 분산과 국정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월 9일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대선주자들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촉구했다. 두 후보는 나란히 청와대 비서실 개혁도 약속했다. 안 지사는 비서실의 행정부 통제 관행 척결을 선언했다. 앞선 국정농단 사태에서 각종 의혹에 얽혔던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등이 모두 비서실 소속으로 정부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된 만큼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하단 취지다. 남 지사는 비서실의 기능을 아예 의전과 경호 등에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현재의 청와대는 유지하되, 대통령과 참모진ㆍ언론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비서실은 완전히 개방하고 집무실을 소통의 공간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2월 22일 전북기자협회가 전주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청와대 수석들과 비서관들이 언론과 소통도 못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처럼 독대를 못 해보는 그런 것 없이 저녁엔 언론인ㆍ전문가 등을 모시고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비서동에 들어갈 수 없는 관례를 폐지하고 자유로운 취재와 소통을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또 청와대와 각 부처 간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부처별 회의가 국정의 핵심 과제를 놓고 토론이 이뤄지는 국정운영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 이 안에서 대통령과 각 부처 간의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와대의 ‘탈권위’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이 시장은 앞서 청와대에 ‘촛불혁명기념관’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시장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주권자들이 2016년부터 어떻게 세상을 바로잡았는지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성남 시장실을 개방,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했던 경험을 살려 청와대 역시 국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여론을 수렴해 청와대를 국민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비슷한 수준의 청와대 개혁 법안을 가다듬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청와대 이전은 2012년 대선 때 안 전 대표가 국정운영의 청사진 중 하나로 제안, 문 전 대표 측에서 공약으로 수용했던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도 청와대를 소통과 경청이 가능한 열린 정치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