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의 파면과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탄핵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등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린 가운데, 반전을 꾀하기 위해 대대적인 측근 물갈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일간 탤레그래프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폭 개편(huge reboot)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백악관 인사에게 실망했으며 인적 쇄신이 여부가 관건이 아니라 ‘쇄신의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라고 보도했다.
쇄신 대상 1순위는 스파이서 대변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파면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홍보팀에 불만을 가져왔으며 스파이서보다 좀더 공격적인 대변인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스파이서가 자리를 비운 동안 백악관 정례브리핑을 해온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에 흡족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른바 개국공신인 라인즈 프리버스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참모들뿐 아니라 일부 장관도 교체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윌버 로스 상무 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구체적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습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미 전 국장 해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29%만이 코미 국장 해임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8%였다. 관련 뉴스를 많이 접했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는 53%가 해임이 잘못 됐다고 답했으며, 33%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이른 시일내 후임 FBI국장을 선임한다고 밝혔으나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가로막겠다는 태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될 때까지 후임 국장 인선을 막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엎친 데 덮친 격인 코미 파면 사태는 공화당 의원들조차 동요시키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탈(pull away)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공화당 의원 수명이 코미 국장 파면에 공개적 의문을 제기하고, 파면 결정을 지지했던 의원들조차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언론이 코미 사태에 집중하면서 세제개편 등 공화당의 주요 정책과제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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