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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칸 뤼미에르극장 입장할 때 울컥"

입력
2017.05.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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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난 설경구는 “다음에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한다면 경쟁부문으로 오고 싶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가 공식 상영된)뤼미에르극장에 들어설 때 기립박수를 받는 데 울컥하더군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난 배우 설경구(50)의 얼굴은 여전히 상기돼 있었다. 전날 제70회 칸국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이 공식 상영 후 7분의 기립박수를 받고 큰 호응을 얻어서다. 이날 그는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에 “만감이 교차하더라. 감독이 없는 것도 생각나고”라며 뤼미에르극장에 첫 입성한 순간을 떠올렸다.

설경구가 칸영화제와 인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영화 ‘박하사탕’(1999)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오아시스’(2002)는 국제비평가협회의 특별 초청을 받았으며, 한국 프랑스 합작영화 ‘여행자’(2009)가 특별 상영 부문에 진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칸영화제를 직접 찾은 건 ‘박하사탕’ 때라 17년 만에 칸과 재회한 셈이다.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돼 칸에 왔을 때는 극장도 자그마했고 레드카펫도 상당히 짧았어요. 그런데 뤼미에르극장이 압도하는 게 있더군요. 포근하게 감싸주는 게 있었어요. 기분이 남달랐어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도 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대선 후보비방과 여성 비하 표현, 경쟁 영화 폄하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은 이날의 영광을 함께 하지 못했다. 자숙의 의미로 칸영화제 불참을 택한 것이다. 설경구는 변 감독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위로했다고 했다.

변 감독의 부재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박찬욱 감독이 대신했다. 그는 레드카펫에서 설경구 임시완 전혜진 김희원 등 ‘불한당’ 출연자들과 일일이 인사한 뒤 직접 극장 안으로 배우들을 안내했다. 박 감독은 영화가 끝났을 때도 배우들을 영화관 밖까지 인솔하는 등 깜짝 이벤트도 했다. “박 감독님이 나와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반갑더라”고 말한 그는 “영화가 끝나고 같이 나오는데 ‘재미있다’ ‘잘 만들었네’ 해주셔서 무척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일자가 되려는 재호(설경구)와 젊은 패기의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는 강한 액션과 함께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설경구는 ‘박하사탕’으로 칸에 왔던 때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고 했다. “칸에 오니 ‘박하사탕’ 때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었죠. ‘박하사탕’은 저에게 굉장히 큰 영화입니다. 지금까지도 저를 많이 지배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흥행이나 연기가 그렇고 그런 (지금) 시기에 ‘불한당’으로 여기 오니까, 괜한 희망을 갖게 됐어요.”

그는 ‘불한당’으로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신이 “나태하고 게을러”진 듯 하다고 솔직하게 터놓았다. 설경구는 “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열심히 하는데 창피한 여운이 남는다”며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해 답답하지만 그 해법을 국내 감독들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면서 찾아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긍정의 마인드 입니다.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습관성 자책은 영화를 할 때마다 계속됩니다. ‘불한당’의 시사회 때도 불안한 눈빛이나 길어지는 호흡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칸영화제에선 ‘불한당’에 박수세례와 호평이 쏟아졌다. 설경구에겐 또 다른 응원으로 작용한 듯 보였다. “다음에는 경쟁(부문)으로 와야 하지 않겠어요?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칸=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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