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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에게 권한다, 알파고의 50국을 표현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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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에게 권한다, 알파고의 50국을 표현해 달라고…”

입력
2017.05.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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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상대 커제는 울면서 마지막 대국을 펼쳤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것. 그렇게 알파고 2차 대전은 끝났다. 폐회식에서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바둑인들에게 허무함의 극치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하사비스는 ‘작별 인사’로 알파고의 셀프 대국 50국을 공개했다. 1국을 여는 순간 프로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버린 신들의 바둑을 나는 보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자재의 바둑이 무엇인지가 보였다. 보면 알 것 같지만 따라 두기는 어려운 수들. 바둑의 신세계는 이렇게 시작됐다. 첫 날만 공개한 1-10번 대국 기보는 백번 알파고가 8승2패를 했다.

참고도1
참고도1
참고도2
참고도2
참고도3
참고도3
참고도4
참고도4

1국 감상평

보는 순간 너무 놀라버린 백10번째 수(참고도1). 기대감을 넘어선 백12번째 수(참고도2). 하변의 흑돌을 편중되게 만든 후 나비가 훨훨 날아오르는 듯 경쾌한 백18번째 수(참고도3). 바둑의 초반 전술 중 미니 중국식이라 불리는 흑의 전술을 너무 쉽게 파헤쳐진 듯한 모습. 아마 백이 둔 이 수들이 커제의 마음 속에 펼쳐진 것이 아닌가 하는 환상마저 든다. 커제는 바둑의 신과 두고 있는 듯 했다고 1국이 끝나고 말했는데, 지고 나서 내뱉은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이어서 이 바둑에서 펼친 수 중 가장 압권은 바로 백28(참고도4)로 흑돌에 붙이는 타개의 묘수다. 이 수는 사람이 둘 수 없다. 이 수를 두려면 수십가지 아니 수백가지의 변화를 읽는 것으로도 불가능하다. 사람의 영역을 넘은 수니까. 폭죽이 터지면 개수를 셀 수 없듯 그냥 눈이 즐거울 뿐이다.

참고도5
참고도5

8국 감상평

백56번째 수(참고도5)는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상대 세력의 침입이다. 도저히 각이 안 나오는 곳으로의 침투. 생각이나 해봤나. 이 수는 프로들에겐 큰 행운이다. 침투의 방법에 새 역사를 보여줬으니까. 알파고는 이제 다른 영역으로 향한다고 했다. 만약 소설가로 도전한다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알파고의 50국을 표현해 달라고. 우전(중국 저장성)=프로기사 김성룡9단

프로기사 김성룡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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