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6월항쟁은 ‘○○주년’ 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지만 올해는 무게가 남다르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이어진 촛불혁명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정권교체까지 이룬 후 돌아온 기념주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올해는 6월 항쟁을 기리는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게도 각별한 해다. 추진위는 6월 항쟁을 30년 전에 끝난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번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고리를 찾는 것을 모토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름부터 독특한 추진위의 SNS계정 ‘데모의민족’은 추진위 활동의 주요 소통창구다. (계정 바로가기☞ 데모의민족) ‘데모의민족’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주로 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유머와 진지함을 적절히 가미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추진위에서 홍보를 담당하며 SNS계정을 운영하는 이서영(30)씨는 “배달음식 주문 앱의 광고 카피인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질문을 보고 자연스럽게 ‘대통령 쫓아낸 민족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현대사에서 1960년 4ㆍ19와 1987년 6월항쟁, 지난해와 올해의 촛불혁명은 기념비적인 세 번의 혁명인데, 그렇다면 ‘데모의 민족’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데모의민족’은 한국의 ‘데모의 역사’를 주제별로 풀어내지만 연도별 사건 서사가 아닌 이슈별로 ‘훅’ 치고 들어오는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한 번에 140자밖에 쓸 수 없는 트위터의 한계는 오히려 짧은 글을 여러 개의 타래로 만들어 엮어 끝까지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추진위가 보유한 다양한 시각자료들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생생하게 엮는다.
가령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서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무단횡단죄’로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낸 장애인 금은세공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를 서술하고 당시 신문지면과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제시했다. 이밖에도 독재정권과 투쟁하다 감옥간 ‘빨갱이 목사님들’의 연대기, 시위현장마다 등장하는 풍물놀이, 유구한 역사와 각각의 사연을 간직한 운동가요 등 ‘데모의 미시사’라고 할만한 각종 이야기들이 ‘데모의민족’ 계정에서는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데모의민족’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뜨겁다. ‘기관이 만든 SNS답지 않게 너무나 재미있다’부터 ‘운동사를 데모의민족으로 배웠으면 더 열심히 공부했을 것’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수능 끝나고 그 주 토요일에 나간 정권퇴진 집회가 떠오른다’등 현재 청년들의 ‘데모’의 기억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 3월부터 트위터 계정에 지금까지 올라온 600여건의 글은 게시글 당 평균 28.1번 리트윗(재전송)됐다.
‘데모의민족’ 계정 운영자 이씨는 인기비결로 과거의 역사를 끊임없이 현재와 연결시킨 점을 꼽았다. 이씨는 “역사는 고여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달할 때 맥락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9일과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추진위는 6월항쟁 30주년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9일 저녁에는 시청광장에서 이한열 열사의 30주년 추모문화제가, 10일 오후에는 민주시민 대동제와 국민대회가 열린다. 10일 국민대회에서는 시민합창단이 1987년 6월부터 2017년까지 시대적 순간들을 재현하고 공연의 막바지에는 민주화 30년과 촛불승리를 아우르는 국민주권 대헌장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이번 행사가) 30년 전 6월 항쟁부터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낸 사람들이 다시 광장에서 만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촛불 승리의 뒤풀이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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