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어하는 말을
그 나이 때는 우리도 몰랐음을 알아야
성공은 또 만나고 싶은 사람 되는 것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세대 차이가 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필자는 지난 6월 하순 재단의 감사를 맡고 있는 하나고등학교로부터 전교생이 참석하는 명사특강 시간에 강연을 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학생들과의 나이 차이를 가늠하기 위해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니 1967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50세나 나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걱정이 앞섰다. 50년 후배들에게 무슨 내용을 들려줘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더구나 오후 세시부터 시작되는 강연에서 어떻게 주목하게 만들 수 있을까? 강의 내용과 전달 방식 둘 다 고민이었다.
고심 끝에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우선 교장선생님께 소개를 생략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기로 했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강사가 대단한 명사라는 소개를 들으며 감동한 기억이 별로 없다. 더욱이, 대학부터 시작하는 이력서는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에 대해 오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등학생들의 관심사는 연사가 자기 또래였을 때 무슨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가 아닐까? 다음, 일방적인 강연보다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미리 받고 거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명문대 진학률로는 전국에서 선두권인 하나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필자는 학업 성취 못지않게 인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인성이 중요하다는 강연을 한다면 학생들은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강의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먼저 받겠다고 제안하자 많은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한 학생은 필자가 서울대학교 초빙교수임을 감안, “대학진학 이전의 고등학생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필자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예의 바른 학생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농담을 섞어 이야기했다. 그 학생은 수강 소감에서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보내왔다.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을 물은 학생의 질문에 대해 필자는 “성공이란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그러기 위해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되돌아보니 가장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을 했다. 이 학생은 이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이렇게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얼마 전 학교로부터 학생들의 수강소감이 포함된 앨범을 받았다. 학생들의 다짐이 들어있는 소감을 읽으며 필자는 새롭게 시도해 본 젊은 세대와의 소통방식이 효과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기성세대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깨달은 지혜를 다음 세대에게 빨리 가르쳐주고 싶은 충정에서 조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깨달은 사실은 젊은 세대의 수준에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사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 눈높이에 맞추어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흔히 우리는 젊은 세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상대방은 듣는 체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인들로부터 자녀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곤 한다. 이들에게 필자는 자녀에게 뭘 가르치려 들기보다 자녀가 먼저 말하게 하라고 권유한다.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자녀는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자녀 나이 때의 본인을 돌아보라고 충고한다. 우리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자녀 나이 때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고 자녀를 지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 나이에 몰랐거나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점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 이것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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