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비하면 서울은 시골 같았다
비약적 발전 뒤로도 행복지수 낮아
경제발전 혜택 고루 누릴 수 있어야
1970년 대학입학시험을 치기 위해 상경한 시골뜨기 필자의 눈으로 본 서울은 대단했다. 79년 난생 처음 여권을 발급받고 해외 출장을 간 애송이 경제관료인 필자는 일본 도쿄를 보고 완전히 압도당했다. 시골 출신 필자의 눈에 그렇게 대단하게 비쳐졌던 서울이 도쿄와 비교하니 시골 같이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서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도시로 발전했다. 서울만 발전한 것이 아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70년 1인당 257 달러이던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7,000 달러 수준으로 100배 이상 커졌다. 달러 가치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경이로운 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필자의 의문은 시작된다. 한강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과연 국민의 행복 증진에 기여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발전만큼 행복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상으로는 긍정적인 것 같지 않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 관료로 평생을 살아온 필자지만 이 문제는 이미 경제 영역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해서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자본주의체제’마저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경제발전의 혜택을 일부 계층만이 지나칠 정도로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41.1%)와 심상정 후보(6.2%)를 지지한 47.3%의 유권자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0%의 유권자는 적어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OECD는 작년 3월 심화하는 불평등(Inequalities) 문제를 다루기 위한 포용적 성장 이니셔티브(Inclusive Growth Initiative) 회의를 뉴욕에서 처음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세계 주요 대도시의 시장들은 보다 많은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소위 뉴욕 제안(Proposal)에 서명했다. OECD는 이 문제에 뜻을 같이하는 뉴욕, 파리, 서울 등 대도시 시장들을 포용적 성장 챔피언 시장(Champion Mayors)으로 명명했고, 11월 파리에서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파리회의에서는 제안 수준을 넘는 행동계획(Action Plan)이 구체화됐고,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 기회 확대가 불평등 해소에 크게 기여한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오는 10월 19일에는 제3차 '포용적 성장 챔피언 시장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여기서는 행동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방안(Implementation Agenda)이 논의될 예정이다.
1970년대 도쿄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던 서울은 이제 선진국 도시와 어깨를 견줄 만큼 발전했다. 일본의 모리(森)기념재단이 발표한 2016년 세계도시 국제경쟁력지수에 의하면 서울은 런던, 뉴욕, 도쿄, 파리,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컨설팅 그룹 머서(MERCER)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주요 도시 주재원 삶의 질(Quality of Living) 순위에 따르면, 서울은 전체 조사대상 231개 도시 중 76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정작 서울시가 발전한 만큼 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나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지표를 조화롭게 만드는 과제는 서울시가 직면한 도전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OECD와 함께 경제발전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는 실행방안을 모색한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이 행사가 전시용으로 그치지 않고 삶의 질도 경쟁력지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행(Implementation)으로 이어지기를 빌어 본다. 아울러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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