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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양속, 도민 정서에 반해서…’ 성소수자 행사는 어디로

입력
2017.10.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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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에서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결성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에서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결성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성소수자 단체들의 행사 개최와 관련해 평등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성소수자 단체들의 장소 대관을 잇따라 취소했기 때문이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장소, ‘민원’ 이유로 첫 조정위 열어 취소

올해 처음으로 제주에서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행사 장소를 구하지 못해 난항에 봉착했다. 제주시는 17일 제주퀴어문화축제 신산공원 사용 관련 민원조정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난달 결정한 장소 사용협조 방침을 철회했다.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시민 서명을 받아 13일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한 지 닷새만이다. 제주시는 철회 이유로 도민 정서와 축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출 행위 등에 대한 주최측의 제재방안 미흡 등을 들었다. 제주퀴어문화축제는 원래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행사를 개최하려 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축제 조직위측은 잇따라 제주시에서마저 장소 사용을 거부하자 크게 반발하며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7일 성명을 내고 “제주시가 지금까지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수없이 많이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조정위를 열지 않았는데 유독 제주퀴어문화축제만 조정위를 열어 재심을 한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열린 '2017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서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기획단의 박장군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1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열린 '2017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서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기획단의 박장군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여성 성소수자 체육대회, 허가 내주곤 갑자기 ‘천장공사’한다고

21일 200여명의 여성 성소수자들이 참가할 예정이었던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도 원래 개최 장소였던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 측에서 대관을 취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지난달 15일 동대문구체육관에 대회 개최를 위한 대관을 신청했고 지난달 19일 최종허가를 받았으나 일주일만인 지난달 26일 갑자기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 체육대회가 열리는 21일에 천장공사를 한다는 이유였다.

대회 주최측은 이를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핑계로 보고 있다. 주최측은 체육관 담당자가 ‘왜 대관을 해줬냐’는 민원이 많다며 대관 불허 사유로 ‘미풍양속 위반’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최측은 1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를 열고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에 항의하기는 커녕 오히려 시설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체육관 취소의 근거로 삼는 동대문구 태도는 분노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단체 총회 장소 대관, ‘62일 중 하루도 안 된다’는 수련관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 단체의 시설 대관 신청을 거부하거나 취소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시인권센터 시민인권보호관은 일부 공공기관의 설득력 없는 대관 거부 사례를 ‘평등권 침해’로 인정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는 그해 말 정기 총회를 위해 서울시 산하 청소년 수련관에 대관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했다. 친구사이는 2013년부터 이곳에서 2년 연속 총회를 개최했다.

친구사이는 두 번에 걸쳐 대강당 대관 신청을 했다. 2015년 11월 25일부터 11월 29일 혹은 2015년 12월 3일부터 12월 6일 사이 하루만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시설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수련관은 ‘내부 프로그램 운영으로 모든 날짜에 사용이 불가하다’고 거절했다. 이에 친구사이는 2015년 12월 10일부터 2016년 1월 31일 사이에 가능한 날짜가 있는지 문의했으나 모든 날짜에 대관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62일 중 하루도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합리적 이유없는 성소수자 행사 취소는 평등권 위반”

친구사이는 이를 공공기관의 성소수자 차별로 보고 서울시 인권센터에 진정했다. 2013년부터 서울시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서울시장에게 시정 사항을 권고하는 인권 옴부즈만인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조사를 통해 당시 수련관이 외부 기관에 대강당을 여러 차례 대관했고 주말 대관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민인권보호관이 직접 친구사이가 대관 신청한 날짜 가운데 하루를 골라 오후 7시에 대강당을 방문했을 때 ‘내부 프로그램이 있어 대관이 어렵다’는 수련관 거부 사유와 달리 문이 잠긴 채 별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시민인권보호관은 수련관은 친구사이의 사용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행위는 합리적 이유없이 공공시설 사용을 제한한 행위여서 헌법 제11조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 침해로 인정했다. 또 서울시장에게 시립 시설 대관 현황에 대한 특별 점검 및 인권교육 실시, 시설 대관 시 평등한 시설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지침을 서울시 관할 청소년 시설에 전달할 것을 권고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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